부진한 메인스트리트, 비난할 수 없는 월스트리트의 열기

입력 2020-09-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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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이 낮아지면 정치&정책은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양극화를 자극 

 (자료=메리츠증권)
▲성장성이 낮아지면 정치&정책은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양극화를 자극 (자료=메리츠증권)
월스트리트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그러나 CoVID-19로 인해 올해 2분기 미국 실질 성장률이 전기비연율 -30%를 기록했고, 연간으로 -7% 내외가 예상되는 것에 비해 주식 중심 위험자산들이 강세를 이어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논란이 크다.

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39.58포인트(1.6%) 상승한 2만7940.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7.12포인트(2.01%) 오른 3398.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93.87포인트(2.71%) 오른 1만1141.56에 마감했다

시장에 대한 평가와 ‘거품’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과거 대공황 직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괴리가 심화됐던 경험까지 거론된다.

▲2000년부터 Wall St.대비 Main St.이 뒤쳐지는 현상은 심화
 (자료=메리츠증권)
▲2000년부터 Wall St.대비 Main St.이 뒤쳐지는 현상은 심화 (자료=메리츠증권)
◇월스트리트·메인스트리트 괴리

“월스트리트(금융시장)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이렇게 따로 놀아도 되나” 최근 미국 등 전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비드시대에 자칫 과잉유동성이 자산시장 버블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금융시장의 탐욕으로만 치부하며 과열을 탓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대공황 발생 직전인 1920년대를 두고 ‘광란의 시대(The Roaring Twenties)’라고 칭한다. 공화당 출신 하딩, 쿨리지, 후버 대통령이 집권하는 기간 동안 재벌 출신 재무장관인 앤드루 맬런은 기업 및 금융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작은 정부’를 표방했다. 이는 자본집중화를 강화시켰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공급과잉은 감소하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대공황을 야기했다.

주목할 점은 1920년대와 유사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소득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위축된 실물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은 실물경제 회복에 앞서 금융경로를 거쳐 자산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자산가격 상승은 결국 경제주체 심리를 개선시키는 수단이라면 Wall St.의 과열을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80년 이후 미국 성장성이 둔화되자 월스트리트 시대 시작

전문가들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괴리의 시작점을 1980년 이후로 본다. 코비드(CoVID) 국면에서 심화된 듯 보인다는 지적이다.

‘광란의 20년’을 거쳐 대공황, 2차대전을 겪은 글로벌 경제는 1945~1980년까지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 생산과 고도성장 과정을 겪었다. ‘자본주의의 황금시기’라고 불리는 이 기간에 성장률과 물가만 오른 것이 아니라 완전고용과 분배도 소득불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30여년간 소득과 물가가 오르자 사람들은 월스트리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돈을 벌고 싶으면 내가 직접 공장을 세우면 되는 시기였다. 고도성장은 생산과 수요를 창출했고 물가는 올랐다. 그렇게 돈을 사용하는 가치로 금리도 상승을 했고, 주식을 매수해 ‘남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유리한 시기였다. 때문에 높은 성장률대비 주식시장 상승세는 오히려 약한 듯 보인 시기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자산가격들은 안정되면서 자산가격 상승을 기반으로 한 소득불균형은 통제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1980년대 들어오면서 일본 아시아 브릭스( BRICs)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미국 메인스트리트의 성장탄력은 약화하기 시작했다.

높은 성장률이라는 소득의 위축은 결국 분배를 악화시켰고 내가 직접 회사를 세워서 투자하는 것이 위험한 시대가 됐다. ‘남의 회사’라도 똘똘한 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시대가 되자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1980년 레이건과 대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여러 규제 및 투자를 완화시켰다.

메인스트리트의 대표지표로 고용여건을 나타내는 경제활동 참여율은 1980년대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00년까지 횡보하다 하락하기 시작했고, 월스트리트의 대표인 주식과 채권가격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졌다. 기업이익과 임금시장의 기울기가 1980년대부터 달리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1980년 이전 금리는 오르고 주가상승 완만, 이후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상승 가팔라져  (자료=메리츠증권)
▲1980년 이전 금리는 오르고 주가상승 완만, 이후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상승 가팔라져 (자료=메리츠증권)
◇코비드 충격은 과잉 유동성의 시작, 월스트리트 열기의 연료

버핏차트(기존 주식시총/GDP를 주식+채권+부동산/GDP로 확대)를 주목하자. 2000년과 2008년대비 자산가격이 실물경제를 과도하게 앞서나간 점을 보여준다. 경기충격으로 일시적 자산가격 조정을 겪으면 통화정책 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은 다시 자산가격을 자극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만 이번 코비드 충격은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실물경제는 떨어진 것에 비해 자산가격은 상승하면서 그 괴리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분명한 것은 1980년을 정점으로 실물경제가 유동성을 활용하는 힘도 약해졌다. 미국의 통화승수는 1980년까지 높은 금리에도 자금수요를 늘리면서 유동성 팽창이 강하게 이어졌다. 실제 금융이 아닌 직접(direct)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은 높은 금리에도 돈을 빌렸다. 그렇지만 이후 금리는 하락하고 통화승수도 낮아지면서 유동성의 확장은 제한됐다.

화폐유통 속도의 감소에서도 의미를 같이한다. 과거대비 유동성을 공급해도 실물경제가 받는 자극이 감소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금리를낮춰서라도 실물경제를 자극하려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현재 M2는 데이터가 집계된 1960년대 이후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실물 쪽 자극은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 돈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윤 연구원은 “유동성의 힘은 현재 금융경로를 통해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 등 정책당국자들의 입장에서도 일단 금융경로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투자와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 전통적인 처방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지난 8월 말 잭슨홀 컨퍼런스를 통해 ‘물가가 오르더라도 장기간 저금리 유지(AIT)’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실제 이후 관련된 연준의 논문 내용만 봐도 경기침체기에 실제 명목 금리인상에 신중하고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상당기간 유지하는 것을 인정했다. 심지어 회사채 실질금리조차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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