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앨빈 토플러와 지식재산

입력 2020-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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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특허청장 (사진제공=특허청)
▲박원주 특허청장 (사진제공=특허청)
호쾌한 홈런 뒤에 나오는 멋진 ‘배트 플립’, 결승골을 넣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덕분에 챌린지’.

코로나에 대한 성공적인 대처로 다른 나라보다 일찍 선보일 수 있었던 우리 프로경기의 세레모니가 세계 스포츠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중계권을 구매한 ESPN을 통해 우리 프로야구가 미국 전역에 소개되고, K리그 축구도 36개국에 중계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최근 프로야구 관중 입장도 시작되면서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한국형 모델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한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을 20여 년 전에 제시한 학자가 있었다. 2006년 타계한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다. 그는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출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래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여러 제언을 했는데, 지금 보아도 새삼 그의 혜안에 놀랄만한 내용이 많다.

먼저 그는 생명공학과 정보통신 기술은 경제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두 분야의 강력한 힘은 서로 융합돼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이 건강서비스, 자가진단, 첨단의료기술 분야 등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통신기술분야(IC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우리의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위기에서 확인된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이 K-방역의 성과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요인들임을 고려한다면 그의 예측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앨빈 토플러는 수출의 중심이 기존의 제조업에서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약 연구, 방송 경영 등 무형자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방탄소년단이(BTS) 빌보드 차트 수위를 차지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 4개 부분을 수상했으며, 넷플릭스에 선보인 한국의 드라마들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제안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다.

토플러는 보고서에서 한국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유럽을 목표로 삼아 단숨에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변신했지만 그 이후에는 따를만한 검증된 모형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그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의 미래는 지식재산에서 창출될 것이므로 지식재산의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이와 관련된 국제협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지식재산 보호 수준이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호받아야만 창의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의적 특허 침해에 대한 3배 배상을 적용한 것이나,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한 부분의 침해에도 배상 원칙을 확립한 것 등은 정당한 보호를 통해 지식재산이 제값으로 거래되고 투자되는 지식재산 금융투자 시장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세계 5대 특허청 회의의 회원국으로 건강한 글로벌 지식재산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호와 글로벌리더십, 토플러가 지식재산에 대해 강조한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토플러는 한국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 했다. 모든 나라에 위기일 수밖에 없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한국의 가능성과 기회를 확인했고 우리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품게 됐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상상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그는 남겼다. 미래를 상상하는 힘은 결국 지식재산이라는 권리로 체화되기 마련이다. 지식재산을 더욱 각별하게 인식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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