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스마트폰 시장에 부는 레트로 바람

입력 2020-05-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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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것도 오래 지나면 잊혀진다. 잊혀졌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마주하면 굉장히 반갑고 새롭다. 컴퓨터의 플로피디스크나 턴테이블에서 돌던 LP, 그리고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를 보면 그렇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지금 다시 예전 피처폰을 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때 그 폰을 사용하던 시절의 추억은 덤이다.

2009년 아이폰 등장 이후, 전면에 풀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디스플레이 베젤이 줄고, 화면이 좀 더 꽉 차는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한결같았다. 폴더폰, 플립폰 등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던 휴대폰은 옛 얘기가 됐다.

기능도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는 점점 길어졌다. 꾸준히 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만에 성장세가 멈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출하량 감소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제조사들은 폴더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의 혁신 제품을 내놨다. 특히 최근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추억을 겨냥한 것이다.

LG전자가 15일 국내 시장에 출시한 ‘LG 벨벳’은 8년 만에 G 시리즈 브랜드를 과감하게 없애고 선보인 첫 제품이다. 피처폰 시대를 풍미했던 ‘초콜릿폰’, ‘샤인폰’, ‘롤리팝폰’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 히트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일종의 레트로 작명법인 셈이다.

더 나아가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디스플레이를 세로에서 가로로 돌리는 기능을 스마트폰에도 도입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듀얼 스크린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이다. 과거 삼성전자 애니콜 ‘가로본능’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역시 레트로 감성이 한 껏 묻어있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폰은 온갖 디자인이 가능했다. 그래서 당시 휴대폰 디자인과 색상은 천차만별이었다.

최근엔 나만의 감성과 개성으로 ‘하나뿐인 Z 플립’을 만드는 유저들도 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인스타그램 등에서 ‘갤럭시 Z 플립’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스티커와 휴대폰 고리 등을 활용해 본인의 갤럭시 Z 플립을 꾸민 사용자들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기존 스마트폰은 전면이 디스플레이로 꽉 차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컬러와 케이스 등으로 꾸밀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이었어요. 갤럭시 Z 플립은 접었을 때 메이크업 컴팩트나 지갑과 같은 패션 소품에서 영감을 받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스타일에 멋을 주는 강렬한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 김차겸 프로의 말이다.

애플도 아이폰 사용자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을 공개했다. 바로 아이폰SE 2세대 다. 첫 번째 아이폰SE가 출시된 지 4년 만이다. 아이폰SE 1세대 제품이 아이폰5S의 프레임을 가져왔다면, 2세대 제품은 아이폰8의 디자인을 구현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홈버튼을 그리워하는 옛 아이폰 사용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레트로 전략이 침체에 빠진 시장을 구해낼 수 있을까. 두고 봐야 알겠지만, 틈새 전략으로는 일단 손색이 없어 보인다.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옛 피쳐폰들이 '레트로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부활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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