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중국은 해외 기술, 특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인공지능 칩 개발부터 블록체인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중국 토종 기업들을 지원해 자생력을 기른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우선 중국 기술 기업에 쏟아지던 자본 유입이 빠르게 식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VC)이 중국 기업에 투자한 자본이 2018년 1120억 달러에서 지난해 500억 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줄었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식어버린 투자 분위기는 기술 기업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우려를 촉발하면서 관련 업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에서는 15개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이 탄생했다. 전년 35개에서 급감한 수준이다.
수십 년 동안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점도 중국 기술기업들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전자 제품 제조업체들은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서버 컴퓨터 제조사인 인벤텍,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콴타컴퓨터 등이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해 생산 거점을 갈아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정을 최종적으로 체결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의 다각화가 필수라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어서다. 양국의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낮고 인건비 상승도 복병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동을 부채질한다.
중국 기술 전문가들의 인식 변화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기술 기업 분야 대다수 인력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감이 식어가고 있다. 3월 중국 개발자들은 불법 초과노동에 반대하는 운동을 오픈소스 기반의 대규모 커뮤니티인 깃허브 에서 전개했다. 이들은 불법 초과노동을 시킨 기업 리스트를 모아 게시하는 등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13년간 근속한 근무자가 약 38만 위안(약 6400만원)의 퇴직보상금을 받은 것을 문제 삼아 251일간 기밀 유출, 공갈 등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게 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중국인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불투명한 중국 기업 환경 속에서 중국의 자랑거리였던 기술기업들의 앞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