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신재민 사태로 주목받은 바이백·적자국채 뭐지?

입력 2019-01-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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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발행시장 돞아보기..세수호조 속 적자국채 발행 여부 검토 와중에 불거진 문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태로 주목받은 것이 바이백(Buy-Back·조기상환·매입)과 적자국채라는 용어다. 그 생소함에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취재에 나선 기자들까지도 갑작스레 열공(열심히 공부)모드에 들어가야 했다. 또 잘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여러 오해와 억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국채, 좀 더 정확하게는 국고채 발행제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IMF 외환위기가 국고채 시장 발전 계기 = 정부가 국채 발행을 본격화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다. 정부가 1950년 처음으로 건국국채를 발행한지 50여년만이다.

외환위기 직후 국채발행이 본격화한 것은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외환위기를 타계하고자 정부에서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위해 정부가 그만큼의 빚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IMF 이후 무너진 채권시장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있었다. 즉 IMF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쓰러져 가면서 그동안 채권시장의 지표채권 역할을 했던 담보부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후 국채시장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1997년 2조1000억 원이던 연간 국고채 발행량은 2015년 109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50배 넘게 성장했다. 2017년말 기준 상장채권 발행잔액은 1658조9000억 원, 거래량은 4687조8000억 원으로 이중 국채 비중은 각각 37.1%(국고채 33.0%)와 75.7%(국고채 67.9%)를 차지하고 있다.

국채는 총 네 종류로 각 기금 및 회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고채와 정부의 일시적 재정부족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하는 재정증권, 국민주택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제1종 국민주택채권,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의 기준금리를 제시하기 위해 외화표시채권으로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이 있다. 이중 국고채는 국가재정자금 조달의 핵심 수단이자 국내 채권시장의 지표채권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국고채 종류는 현재 고정금리인 3년과 5년, 10년, 20년, 30년, 50년 만기물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와 연동하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가 있다.

◇발행근거 법 명문화, 국회 의결 거쳐 정부 연간·월간 발행계획 발표 = 국채나 국고채 발행 역시 법에 엄격히 명문화하고 있다. 건전재정 유지를 위해 헌법, 국가재정법, 국채법 등 법적근거를 바탕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헌법 제58조는 ‘국채를 모집하거나 예산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에는 정부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 국채발행에 대한 기본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제18조에서도 ‘국가는 세출은 국채·차입금 외에 세입을 그 재원으로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회의 의결을 얻은 금액의 범위 안에서 국채 또는 차입금으로써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고채 관련 입찰방식이나 국고채전문딜러(PD), 조기상환, 교환 등 세부적 사항은 기재부 고시인 ‘국고채권의 발행 및 국고채전문딜러 운영에 관한 규정’으로 정하고 있고, 국채사무처리 기관은 한국은행에서도 국채 발행과 상환 등과 관련해 ‘국채사무취급절차’를 두고 있다.

이같은 법적 근거에 따라 매년 8월말경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국고채 발행안을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다. 이를 12월초 정기국회에서 확정하면 다음년도 최종 예산과 국고채 발행물량이 결정된다.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연말경 연간 국고채 발행계획을 발표하고, 매월말엔 다음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내놓는다. 월간 국고채 발행계획에는 만기물별 경쟁입찰 물량규모와 함께 바이백 및 교환 여부 및 해당종목 등이 포함된다.

한편 국회에서 확정하는 국고채 발행물량에는 총액은 물론 순증과 상환용으로 구분돼 있다. 순증이란 정부가 빚을 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계획한 적자국채 물량과 외평채 등 기타물량을 포함한 개념이다. 상환이란 만기도래에 따른 만기상환 물량과 바이백 및 교환인 시장조성용 물량을 포함하는 개념이다.이밖에도 정부의 세입세출 마감으로 2월경 세계잉여금이 확정되고, 국가결산 자료가 나오는 4월초순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세계잉여금 처리가 확정되면 이중 채무상환용으로 배정된 금액을 바이백이나 교환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국고채를 발행 중 순증용 금액을 상환용으로 돌릴 수는 있어도 상환용을 순증용으로 옮길 순 없다. 순증용을 상환용으로 사용하더라도 20% 범위 내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20%를 초과할 경우에는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기금운용위원회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부처 장관과 민간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2017년 11월에 무슨일이…바이백 취소 안했으면 12월 물량 최대 13.4조 됐을 것 =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적자국채와 바이백 취소 사태는 2017년 11월 벌어진 일이다. 사건의 팩트를 일부 기술하면 당시 그해 남은 적자국채 물량 8조7000억 원을 발행할지 말지를 놓고 청와대와 기재부 고위공무원들, 신 전 사무관이 갑론을박을 벌인 것이다. 이 와중에 11월 15일로 예정돼 있던 바이백 1조 원은 하루전인 11월 14일 갑작스레 취소됐다.

그해 국회로부터 승인받은 총 국고채발행 물량은 103조7000억 원이었다. 이중 적자국채 28조7000억 원을 포함한 순증용 물량은 37조6000억 원이었고, 바이백 등 상환용 물량은 66조1000억 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남은 적자국채 8조7000억 원은 11월과 12월 사이 발행되지 않으면서 적자국채용 국채는 그해 20조 원만 발행됐다. 바이백과 교환은 총 19조4000억 원 규모로 실시됐다.

여기서 일반인들이나 기자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사건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풀어보면 우선 바이백을 취소하고 이 재원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비율을 늘릴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설명했듯 적자국채가 포함된 순증용과 바이백이 포함된 상환용은 사실상 딴 주머니다. 바이백 1조 원을 취소했다고 해서 남은 적자국채물량 한도가 9조7000억 원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바이백과 교환에 대한 개념의 혼재에도 있었다. 바이백은 일단 기존 시장에 풀려있는 국고채를 기재부가 매입해 소각하는 개념이다. 반면 교환은 국고채 경과물(구 지표물들)들을 매입하는 대신 신규물(지표물)로 교체해 주는 개념이다. 즉 바이백은 경과물을 매입하고 시장에 현금을 주는 개념인 반면, 교환은 경과물을 매입하고 새 물건(국고채)을 주는 개념이다.

이밖에도 바이백 재원을 무엇으로 하느냐는 점이다. 기재부의 해명대로 매입재원을 기존 국고채 신규발행을 통해 조달한 경우엔 사실상 국고채 잔액과 국가채무비율엔 변동이 없다. 이 경우를 사실상 시차를 둔 교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반면 국세수입이 넘쳐 빚을 갚고자 할 경우엔 국가채무비율 감소효과가 있다. 최근 국세수입이 늘면서 2017년 12월 5000억 원과 2018년 12월 4조 원으로 바이백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바이백이 갑작스레 취소된 배경은 실제 바이백이 진행됐을 경우 그만큼 상환용 재원으로 국고채를 발행해 자금을 채워 넣었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바이백이 진행됐다면 그해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물량은 최대 13조4000억 원이 됐을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당시 월 계획물량 5조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당시 미 연준(Fed)과 한은 금리인상과 맞물려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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