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우리에 사는 두 호랑이(feat, 최종구ㆍ윤석헌)

입력 2018-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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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현 금융부 기자

“한 우리에 두 호랑이가 살면 서열 싸움이 벌어져요. 결과는 불 보듯 뻔하죠. 곳간 열쇠(예산권)를 쥔 쪽이 이기게 돼 있어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불협화음을 본 금융사 임원의 말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인터넷 전문은행 등 ‘판’이 변하고 있는 이때, 두 수장의 갈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이 전해진다.

교수 시절부터 금감원 독립을 주장해온 윤 원장은 감독권을 잡자마자 키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지지까지 얻은 터였다. 금감원을 지휘ㆍ통제하는 금융위는 난감했다. 금융업계에서 “시장 논리를 무시한다”는 아우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그분(금감원장)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눈치를 줬지만, 윤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입을 다물게 한 건 예산이었다. 금융위는 내년 금감원 예산을 올해보다 약 70억 원(2%) 줄어든 3056억 원으로 확정했다. 금감원이 3% 인상을 요청했지만, 결국 2년 연속 삭감됐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2012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17억 원(0.8%) 늘었지만, 직원들 근속 연수에 따른 자연 증가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급여가 동결 또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예산을 무기로 우리를 길들이고 있다’며 금융위 해체를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윤 원장은 모든 공식 행사를 취소하고 자취를 감췄다.

적당한 견제는 조직의 오류를 줄여준다. 비판 없는 합치는 발전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두 수장의 갈등은 도를 넘었다. 가계부채부터 서민금융 정책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런 마찰은 시장에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못다 한 말들은 지는 해에 묻고, 열린 자세로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하는 두 수장의 화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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