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안으로 떠오른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 찬반 논란

입력 2018-08-02 10:16 수정 2018-08-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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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생산성 떨어져” VS “산업 연수제 부작용 재발”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중소기업계가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를 요구한 가운데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연수생 제도의 부작용만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맞붙는 모양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30일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중소기업계 주요 현안을 건의했다. 건의안에는 외국인 근로자 수습 기간 별도 적용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달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을 때 업계가 정부에 요구했던 사항이다.

중기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 1년 차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는 최저임금의 90%, 3년차 때부터 100%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이는 외국인이 내국인 근로자보다 평균 생산성이 낮다는 조사에 기반을 둔 것이다. 중앙회가 올해 1~2월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내국인을 100%로 봤을 때 평균 87.5%로 나타났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입법화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료도 있다”며 “박 회장이 향후 여야 원내대표나 환노위 위원들과 만나는 시점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숙련이 덜 된 외국인의 경우 업무 외에도 언어 등 교육 비용이 든다는 점,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평균적으로 내국인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용주 경기도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인적인 주장이 아닌 중기중앙회의 입장이라는 전제를 달며 “인천공항에 지금 막 들어온 근로자랑 2년 일한 근로자랑 월급을 똑같이 주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이사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내국인의 평균 87%라고 보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80% 이하라는 의미”라며 “현재 나온 안은 이 같은 조사에 근거해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있어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 비용을 사업자가 온전히 부담하는 구조”라며 “업계에서는 이들은 교육하는 데 2년 이상 걸린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주장에 대해 지역 이주민센터들은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김광호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상담실장은 “3개월이 아니라 3년 차부터 임금의 100%를 적용하는 것은 극단적”이라며 “과거 산업 연수생 제도가 남긴 부작용만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1993년 시행된 산업연수생 제도는 외국인 인력을 일반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보고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아 지탄을 받다가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김 실장은 “단순 반복 직무에 고용된 외국인들이 일을 익히는 데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과장된 것 같고 3개월이 적당하다고 본다”며 “수습제도가 도입되면 해고도 더 쉬워질 텐데 지금도 파리 목숨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기 목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혜숙 성남이주민센터 센터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폐해를 공감하면서도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컨대 지금도 나이 든 중국인 외국인 숙련공들이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온 젊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밀려나고 있다”며 “업체들이 지금도 젊고 유능한 외국인 근로자를 골라쓰는데 수습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위험 직군 같은 경우에는 수습 기간에도 100% 다 주도록 하는 등 입체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보안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수습제를 악용해 근거 없이 해고하는 기업에는 페널티를 주는 등의 방안도 당연히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의 정당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실제 싱가포르는 법적으로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 간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건설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CNN은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총 137만4900명이며,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는 29만6700명에 달했다. 싱가포르 인구가 56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 간 임금 불평등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싱가포르 내국인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3077달러인 데 반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인도, 방글라데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400~465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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