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4천만원대 시장을 잡아라’

입력 2008-02-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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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체 공세 속 국내 업체들 방어전에 ‘사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4천원만대 모델’이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2000~3000cc 배기량 모델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 차량의 가격이 조금씩 낮아지거나 낮은 가격의 모델이 늘어나면서 4천만원대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4천만원대 모델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 가격대의 구매자들은 국산차 중 최고급차 구매가 가능한 수요층인데, 수입차에도 눈독을 들일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관심을 갖는 계층들이 포진해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전까지 국산차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이 가격대에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다. 현대 에쿠스나 쌍용 체어맨, 기아 오피러스처럼 나이 지긋한 분들이 타는 검은색 세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 중에 젊은이들을 현혹할 만한 4천만원대 모델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모델들이 인기 있나?

수입차 개방 초기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차들이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초에는 기아가 포드사의 머큐리 세이블을 들여와 배지만 바꿔달아 판매한 기아 세이블이 중대형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그 이후 크라이슬러 스트라투스도 인기 행진에 동참했다.

최근에는 가격과 성능, 편의장비에서 국산차와 맞대결할 수 있는 수입차가 속속 등장해 국산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렉서스 IS250과 인피니티 G35, 혼다 어코드 등이 편의장비와 파워, 가격 면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춰 많은 국산차 구입 예정자들을 끌어들인 주인공들이다.

렉서스 IS250은 배기량 2500cc에 207마력의 파워로, 수입 경쟁모델에 비해 파워는 돋보이지 않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꼼꼼한 마무리, 다양한 편의장비를 지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피니티 성장의 일등 공신인 G35는 출력이 315마력으로 경쟁모델 중 가장 앞서며, 보스 오디오를 비롯해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가격은 4750만원으로 경쟁모델 중에는 약간 비싼 편이다. BMW의 베스트셀러 3시리즈도 이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다. 비록 성능에서는 경쟁모델보다 밀리지만, 3시리즈를 4천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국차의 부활도 눈길을 끈다. 포드 토러스는 한때 미국 시장에서 어코드와 함께 승용차 베스트셀러를 다투던 모델로, 파이브헌드레드로 팔리던 모델에 과거 명성을 지닌 이름을 붙여 다시 내놓은 차다. 자동 6단 기어를 달았고 연비는 8.7km/ℓ를 나타낸다. 포드 토러스는 3500cc 268마력 엔진을 얹었고 가격이 3890만원이다. 링컨 MKZ는 메커니즘에서 토러스와 같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사양으로 꾸민 차다. 가격은 4260만원.

크라이슬러 300C 2.7은 193마력의 출력을 내며 가격은 4660만원이다. 큰 차체에 걸맞지 않게 자동 4단 기어를 달아 연비(8.2km/ℓ)가 나쁜 것이 흠이다. 따라서 300C에서는 2.7보다는 3.0 CRD나 3.5 모델이 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이들 차종은 5천만원 이상이어서 비교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벤츠 C클래스의 화려한 부활이다. 독일차의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지만 C클래스는 그간 유독 눈길을 받지 못했다. 성능이 특출한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경쟁모델보다 비싸다는 인상만 준 게 사실. 그러나 신형 C클래스는 4천만원 중반부터 시작하는 가격대가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출시 두 달 만에 계약대수 1천대를 넘겼다.

독일차 중에서는 아우디 A4와 폭스바겐 파사트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파사트는 2.0 TDI 모델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에만 998대를 판매, 수입 디젤차 중에는 푸조 307SW HDi에 이어 2위를, 수입 디젤 세단 중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히트 모델이 트렌드를 바꾼다

이들 수입차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새차 구입 고객에게 주어지는 서비스의 질이다. 과거에는 신차 구입 고객이라도 소모품은 직접 교환해야 했으나, 지금은 보증 수리 기간 동안 소모품을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추세다. 현대 에쿠스와 제네시스, 그랜저, 쏘나타, 기아 오피러스, 르노삼성 SM5와 7 등이 그러한 케이스다.

현대차의 경우는 에쿠스 전용 매장을 서울 강남 등지에 일부 개설해 고급차 고객 접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개별 상담 코너와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수입차 매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고급차를 구입한 고객은 소모품 교환 외에도 ‘특별 대접’을 받는다. 르노삼성 SM7은 뉴아트 모델이 선보이면서 퍼펙트 케어 서비스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이는 소모품 무상 교환은 물론이고, 수리차의 딜리버리 서비스나 호텔 숙박 서비스(수리 지연 시)까지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이러한 고품격 서비스 점차 알려지자 수입차를 구매하는 계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에는 법인용 차량으로 구매하거나, 개인이 사더라도 법인명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개인 구매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6년 이전만 해도 법인 대 개인 구매비율이 70:30 정도였으나, 지금은 65:35 정도로 달라졌다. 그만큼 수입차를 구입할 때 눈치보는 이들이 적어졌다는 얘기다.

비공식 업체지만 SK네크웍스가 선보인 맞춤형 서비스 제도도 수입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업체들이 내건 서비스 조건이 지나면 유상 수리를 맡겨야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주행거리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서비스 쿠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소모품 교환과 보증 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닛산이 공식 판매를 시작하면 4천만원대가 떠오르는 지금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3천만원 중후반대의 가격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혼다 어코드가 그 좋은 사례다. 닛산이 수입해 판매할 차들도 혼다의 어코드, 시빅과 시장이 겹친다. 여기에 대우자판이 미쓰비시 공식 수입을 선언한 상태이고 한국토요타까지 토요타 브랜드를 선보이게 되면 수입차 업체들의 국산차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수입차 업계의 국내 시장 공략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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