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文정부 첫 국감] ‘적폐’ 대립 예고한 與野 … 결국은 또 ‘밥그릇 싸움’

입력 2017-1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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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후 처음 진행된 국정감사. 시작도, 끝도 적폐청산과 신적폐청산의 여야 대결이었다. 정책국감보다는 정쟁국감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증인 실명제가 처음 도입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이에 이번 국감을 되짚어 정리하고,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은성수(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은성수(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국회는 13개 주요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국감은 올해 초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여당과 야당이 갑자기 바뀐 특수한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정권교체의 여파로 야당의 입장에서 국감을 치렀다. 이에 본인들이 집권했을 당시 ‘치부(恥部)’를 지적해야 하는 모순에 빠졌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옛 정부의 잘못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를 밀어붙였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5개월 동안 일어난 일을 이른바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한국당은 국감 후반부에는 야당 입장에서 대여투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는 등 힘이 풀린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원내 40석과 20석을 보유한 정당이지만, 국감장에서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오히려 양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진영 정계개편에 더 신경을 쓰느라 국감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 메이커’, 과방위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번 국감을 정쟁으로 얼룩지게 한 데 큰 책임이 있다. 과방위 소관 기관인 공영방송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 이사선임 문제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언론노조의 파업 사태가 벌어지자 여야 대립의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한국당은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과 사장 퇴진 요구를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로 규정짓고, 정부·여당과 언론노조를 한데 묶어 비판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감 종료 사흘을 앞둔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하자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국회는 한국당을 제외하고 남은 국감 일정을 진행했지만 ‘반쪽 국감’이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감 복귀를 결정하고 국감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국감에 참석한 모든 한국당 의원들이 노트북 전면에 항의 글귀를 붙였고, 이에 반발한 여당 의원들과 기싸움을 벌이면서 모든 상임위가 정회와 개회를 반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과방위에선 지난달 31일 종합감사에서 위원장을 대신해 의사 진행을 보던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두고 “10년간 방송을 추행·강간해 오늘날 이 지경으로 만든, 엉망으로 만든 강간 추행범이 나를 성희롱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발언하며 설전을 벌이는 등 막판까지 충돌이 이어졌다.

◇율사 출신 여야 의원들의 법적 대리전, 법사위 = 국정원 상납금, 성완종 리스트, 태블릿PC, 강원랜드. 엘씨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국감 기간 내내 여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법률 대리전이 펼쳐졌다. 특히 지난달 17일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해 서로 고성을 지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격으로 국감에 나온 이헌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관련 세월호 질의를 하느냐를 놓고 한국당 소속 법사위원장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이 맞붙었다. 질의 여부와 관련해 박 의원이 권 의원에게 “편파진행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이에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고함을 질렀고, 이후 정회됐다.

또 여야는 지난달 23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결정적 단서로 꼽히는 태블릿PC를 놓고 온종일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태블릿PC ‘조작설’을 꺼내들자 한국당 의원들 모두 검찰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 측은 이에 태블릿PC의 파일 생성 방식과 작동법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만 했다.

이렇듯 이번 국감에서는 전·현 정권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 결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마다 늘 제기된 문제들이 재포장돼 국감장에 올라오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놓고 서로 대립을 예고한 국감인 만큼 본래 의미는 더욱 찾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 매해 국감을 평가하는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전반기 국감에 ‘C-’ 학점을 매겼다.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모니터단은 “여야의 정권교체로서 국정감사 목적이 과거 정부에 치중됐다”며 “국정감사를 심도있게 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이 되지 못해 시작부터 대부분 때우기 식 형식적인 꼼수 국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 전반기 평가는 낙제점인 ‘F’ 학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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