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걸어잠그는 이민자의 나라…트럼프, 경제정책에 자충수

입력 2017-09-06 09:37 수정 2017-09-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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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각종 스캔들과 대외적 이슈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로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번 결정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가 이익에 기여하는 합법적인 이민제도를 갖기 위해서는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순 없다.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의 일자리를 침해한다”면서 다카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당장의 혼선을 막고 의회가 후속 입법조치를 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다카 프로그램은 16세가 되기 전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한 30세 이하 청년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으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강제송환을 2년간 유예해줘 학교는 물론 노동까지 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 제도를 ‘드리머(Dreamer)’라고 불렀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귀화국(USCIS)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자는 1100만 명으로 이중 22%가 25세 미만의 청년이다. 2016년 기준으로 이중 190만 명이 다카 신청 대상자로 약 80만 명이 다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카 수혜자는 국적별로 멕시코가 80%로 압도적으로 많고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 순이다. 한국은 여섯 번째로 많고 아시아계로는 가장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다카 프로그램이 위헌적이라며 다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또다시 반(反)이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다양성 존중의 가치는 흔들리게 됐다. 미국은 세계각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하나의 대륙에서 살아가면서 ‘멜팅팟’, ‘이민자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1776년 독립 이후 240년을 거치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아래 서로의 차이가 용인되고 존중되는 다원주의가 뿌리내렸다. 하지만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지지층이 흔들리자 청년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을 외면하고 빗장을 걸어잠그는 길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사회적인 반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당장 다카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주축이 됐던 청년 이민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 전국이민법률센터에 따르면 다카 수혜자 80만 명 중 75% 이상이 현재 고용 상태에 있으며 72%는 고등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아이크 브레넌 연구원은 “다카 폐지로 숙련 노동자 숫자가 줄어들고 수많은 산업이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폐지를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브레넌은 노동력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다카 폐지로 연방정부가 60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을 보게될 수 있으며 향후 10년간 2800억 달러어치의 경제 성장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카를 도입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잔인하고 자멸적이며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장문의 글에서 “이들 젊은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는 도덕적 시급성을 갖고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의회의 제동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결정하긴 했지만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고, 의회라는 관문도 남아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재계 인사들이 해당 정책 폐지를 반대하고 있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실질적으로 폐지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청년 이민자 비중이 높은 실리콘밸리는 집단 반발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이다”면서 “다카 폐지 결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에 “드리머들은 나와 여러분만큼이나 우리 회사는 물론 우리 공동체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그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400명이 넘는 재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에 보낼 다카 폐지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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