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등의 진정한 의미

입력 2007-12-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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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한 신입사원이 첫 월급을 받았는데 그의 급료가 고졸 신입사원의 급료와 같다면 두 사람의 표정이 어떨까. 아마도 대졸 신입사원이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고졸보다 4년간 교육을 더 받았고 투자한 돈도 더 많은데 똑 같은 급료를 받는다는 건 불평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건전한 양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졸자와 고졸자 급료는 차이가 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학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건 상대적 평등에 입각한 판단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학력 간 임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게 사회평균인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평등의 개념에는 상대적 평등만 있는 게 아니다. 절대적인 평등이라는 개념이 있다. 절대적 평등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대졸자나 고졸자는 학력이나 능력차이 등에 관계 없이 둘 다 똑같은 급료를 받아야 한다. 대졸자와 고졸자 간에 임금 차이를 나게 하는 건 상대적 평등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사회의 합목적적인 평등개념일까.

상대적 평등 개념이 올바른 평등개념이다. 상대적 평등은 각 개인의 능력, 조건, 상황, 연령, 학력 등을 감안한 포괄적이고 최선의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개념의 평등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등을 말할 때 상대적 평등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얘기해야 한다. 물론 절대적 평등의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 주권이나 법 앞에서의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다. 누구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누구나 동일한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평등이라는 개념이 사용될 때 그 개념은 상대적 평등개념이 적용된다. 따라서 누구를 평가할 때 그에게 적용되는 평등은 항상 상대적인 평등이라는 잣대로 평가돼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요,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구현하는 길이다.

현 정권은 그러나 상대적 평등보다는 절대적 평등에 치우친 정책을 시행하고 지금도 이를 수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절대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이다. 이 정권의 교육정책 기본은 모든 학생들을 비슷한 수준에서 고만고만한 학력을 가진 학생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것도 학력수준이 올라가는 고만고만한 수준이 아니라 자꾸만 떨어지는 하향 평준화의 길로 학생들을 이끌려 하고 있다.

평준화라는 미명이 일부 시민들에게 당장의 인기를 얻을지는 몰라도, 하향 평준화 교육 정책은 망국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살펴봐도 당장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평준화라는 미명아래 평준화 교육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철저히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택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평준화 교육정책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장에 인기를 얻기 위해서 국가 백년대계를 희생시키고 있다. 국민들을 어정쩡한 얼치기 교육수준을 가진 아둔한 대중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만 양산된다.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인적 자원은 이류 삼류로 전락해 유능한 인재를 쓰기 힘들게 된다. 국가의 전반적인 침몰이다.

평준화 정책이 이처럼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현정권은 평준화야 말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기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말썽이 난 대학수학 능력시험 등급제는 포퓰리즘에 의한 평준화 교육의 모순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험생 대부분이 일차 피해자가 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가 피해를 입는 이 국가적인 폐해를 이 정부는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저 절대적 평등에 입각한 교육 평준화가 지고의 가치인 양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다. 수권 능력이 처음부터 없거나 정책 기획•실행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나라를 농단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대중교육의 부정적 측면은 일률적인 교육 내용과 학습으로 모든 대중을 비슷한 수준의 중간 얼치기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데 있다. 그것도 하향 평준화의 중간 얼치기를 만드는 게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다. 대중교육의 이같은 부정적 효과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 과정의 차별화와 학습정책에 경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간 얼치기를 양산하는 현대 대중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그나마 지울 수 있다.

현정권은 5년전 다수의 국민이 선택한 정부이니 지금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나 영향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문에 관한 정부의 실정은 그 폐해가 몇 십년 이상을 간다는 의미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에서는 당연히 경쟁개념을 도입한 교육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5년이 지나서야 실정을 거듭하는 정권을 단죄할 수 있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이타임즈 최재완 편집인 [choijw47@e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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