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국민연금 직원의 기밀 유출은 예고된 참사?

입력 2017-02-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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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이번 국민연금 직원의 기밀 유출 사건은 인재(人災)보다는 총체적 시스템의 난국이 불러일으킨 예고된 참사입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운용 정보가 근무하는 직원들에 의해 외부에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은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자본시장 업계 역시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내부 감사를 통해 퇴직예정자 3명이 기금운용 관련 기밀정보를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위원회 부의 안건과 프로젝트 투자자료, 투자 세부계획 등 일부 기밀정보를 개인의 컴퓨터와 외장 하드 등에 저장한 것이다.

이는 기금운용 관련 기밀유출 금지와 비밀엄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지난 1일 전북 전주 본부사옥에서 투명하고 책임 있는 기금운용 업무 수행을 다짐하는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해 이번 사건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중 퇴직예정자인 A 실장은 기밀정보 유출 관련 감사로 인해 사직서가 반려된 사실을 알고도 재취업 기관으로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의무, 직장이탈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특히 해당 부서는 기밀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사장과 감사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이들의 재취업 사실을 알고 재취업기관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를 하면서도 공단 웹메일 점검을 15일이 지난 후에야 진행해 추가적인 기밀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을 내부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로만 치부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중론이 대세다.

실제 문서를 외부로 내보낼 경우 자동으로 보안이 걸려서 외부에서 열면 파일이 깨지는 이른바 ‘문서 암호화 시스템’이 국민연금에서 그동안 전혀 작동치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조 원 안팎을 굴리는 소형 운용사조차도 관련 문서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 내부 운용 정보 등 내부 기밀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며 “도대체 5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에서 어떻게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을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결국 이번 사건은 개인들의 부정도 크지만, 국민연금의 허술한 시스템이 불러일으킨 예고된 참사”라며 “속히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정보 유출 사건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근래 자본시장 대통령이자 해외 IB들에겐 최고의 갑(甲)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이 그야말로 백척간두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구태에만 빠져 놓친 여러 시스템을 개과천선하지 않으면 또다시 벌어질 악재에 그간 쌓아놓은 자본시장 대통령의 위상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주행을 맞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제라도 체질 개선을 하루속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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