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트럼프 취임 등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감에 생활물가까지 상승하며 소비자심리가 석 달 연속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소비자들은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해 서민경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에 비해서 0.8포인트 내린 93.3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동호흡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 6월(98.4)보다 떨어졌다. 역대 최저는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기록한 70.2다.
CCSI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달 CCSI가 주춤한 이유는 트럼프 취임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등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체감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생활 물가가 상승하며 소비자심리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부문별 수치도 나쁘다. 특히, 경기판단에 대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현재경기판단은 지난달에 비해 4포인트 내린 51로 집계됐다. 2009년 3월(34)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6개월 뒤의 경기를 보여주는 향후 경기전망은 67로 전달에 비해 2포인트 올랐지만, 10월(80)에 비하며 13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소비자들의 소비 계획도 암울하다. 소비지출전망은 전달대비 1포인트 오른 104을 기록했지만, 10월 107에 비하며 여전히 낮다. 의류비(96), 외식비(87) 등은 모두 지난달 보다 하락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물가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수준전망CSI는 전달에 비해 7포인트 오른 148 집계됐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2012년 3월 기록한 149였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도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2.7%를 기록해 2014년 11월 2.7%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0.3%포인트 상승한 2.8%을 보였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는 공업제품이 절반을 넘는 50.3%를 차지했다. 이어 공공요금(50.0%), 농축수산물(48.4%)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