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이날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2017년 리서치 전망 포럼’ 특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감세를 하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1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엇박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기축통화국은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미국 주도권은 더욱 강해진다”면서 “미국 경제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인상에 나설 수 있으니 그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환위기 관리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무작정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앞으로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는 ‘코리아 스페시픽 팩터’(Korea specific factor)가 많다”면서 “내부요인을 관리해야할 상황인데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자산시장 등이 엮여서 무슨 문제가 생길 것인가 봐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외환 위기에 ‘남미유형’과 ‘스칸디나비아 유형’이 있다면서 한국은 내외 리스크로 인한 스칸디나비아형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 대해 미국의 민주당에 우호적인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해서 그런 것이지 이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면서 일본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고, 그 산물로 나온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동북아 안보 개편 구도에서 일본에 허용한 하나의 카드”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안보동맹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최 회장은 “미국이 언제든지 한국을 포기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우리가 인정하고 군사적, 경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얄타회담, 애치슨라인 선포를 제시하며 “역사적으로 미국은 한국을 3차례 배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앞으로 트럼프 시대를 대비해 “방위비는 올려야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수정 제안에 대해서도 대비해야할 것 같다. 안보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는 못했던 미진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식경제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 2011년부터 3년간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있었다. 최근 외교 관련 서적인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를 출간하는 등 국제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