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김영란법’의 무대 위 두 얼굴

입력 2016-10-21 11:00 수정 2016-10-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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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지금 공연 시장은 악재의 연속이다. 2016년은 좀 나아지겠거니 실오라기 붙들 듯 희망을 품었는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던 한류 문화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한ㆍ중 관계의 악화에 새우등이 터진 셈이다.

거기에 ‘김영란법’이 공연 시장 침체의 복병이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김영란법’의 골자다. 대상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및 배우자이고 공연과 직결된 사안은 법이 선물 상한액으로 규정한 5만 원 이상 금액의 초대권, 티켓 단체 구매 형태의 협찬 등이 사용에 따라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 빠른 대처 방안들도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출입기자단’을 구성해 공연에 공식 초청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한단다. 공연 티켓 가격 5만 원 이하의 ‘김영란 티켓’도 등장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문화 지출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환경 적응에 기적적인 생존력과 적응력을 보이는 한국인 기질이 이참에 좀 획기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대응 전략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색다른 프레스 콜이나 시연회 프로그램, 소외층 관객들을 직접 지원하는 기업 협찬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김영란법의 본질이 부정한 청탁을 하지도 받지도 말고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으로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때 엉뚱한 일로 에너지를 소모한 기억이 떠오른다.

개ㆍ폐막 공식 행사의 좋은 좌석 대부분을 공직자 및 관계자 초대로 할애해야 해서 정작 관객들의 몫이 부족해 그 해결책 마련에 고심했던 일이다. 또 미덕으로 이어지던 관계 기관 및 관계자 배부용 기념품을 과감히 없애면서 감내해야 했던 파장도 컸다. 그런데 그때 김영란법이 시행 중이었다면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예 공식 행사나 리셉션 초대장을 없앨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관객이 더 누리도록 하고 예산을 행사의 내용에 더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을 텐데 싶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어서 곤란한 일은 더 있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는 직업의 뮤지컬 관련 종사자가 공연 관련 해외 페스티벌 출장 요청을 한 것이다. 뮤지컬 페스티벌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와 필요성으로 보기 어려운 그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 탓에 업계 지인을 잃다시피 하며 악역을 담당했는데, 그때 김영란법이 존재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나 역시 뮤지컬 평론가로도 활동해왔기에 그동안 공연 제작사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공연 초대를 받아왔다. 그런데 뮤지컬 시장의 침체를 체감한 지난해 말부터 감히 초대권 요청을 하지 않고 산다. 그것이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의 예의이고 도의라고 생각해 공짜로 공연 보는 일은 가능하면 자제하게 됐다. 게다가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사의 해외 출장에 동반하고 그 대가로 비평 관점을 상실한 우호적인 보도자료 같은 리뷰를 쓰는 배짱도 없다. 그래서 대학교수 신분임에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의 삶이 바뀐 것도 없다. 아마 대다수의 뮤지컬 관련 공직자나 교수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3000억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소규모의 뮤지컬 시장에서 알량한 직권 남용을 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설 땅이 사라지는 효과가 반갑기도 하다.

매년 초에 즐기는 행사가 있다. LG아트센터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1년간의 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는 일이다. 구매하는 공연이 많을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맛도 감미롭고, 늘 연초에 매진되는 해외 초청 공연들의 좌석을 재빨리 확보하는 맛도 자극적이다. LG아트센터의 초대권 없는 공연장 운영 정책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진심으로 공연을 즐기는 종사자나 마니아와의 오랜만의 해후도 색다른 맛이다.

시행한 지 한 달가량 된 ‘김영란법’은 아직 뜨거운 감자다.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소화할지는 우리 뮤지컬 시장의 몫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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