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대법원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 심리가 열렸다. 양사가 미국 최고법원에서 승부를 겨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을 다루는 것은 무려 100여 년 만이다.
주요 외신은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으로 가뜩이나 손실이 커진 삼성으로선 3억9900만 달러(약 4485억 원)의 배상금을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치열한 변론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양사의 디자인 특허 싸움은 애플 편에 선 디자이너들과 삼성을 옹호하는 실리콘밸리 연합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티파니와 아디다스, 제니유 등 패션기업들은 물론 유명 패션 디자이너 100여 명이 애플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때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이베이 등 삼성을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디자인 특허 침해 시 전체 이익에 대해 배상하도록 한 미국 특허법 289조 규정은 스마트폰 등 현대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기 전에 제정된 것으로 불합리하며 매년 막대한 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기업들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과 2015년 열린 1심과 2심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3억99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액정화면에 테두리를 두른 형태,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앱을 배열한 것 등의 특허를 삼성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3월 이를 수용해 이날 구두심리를 열게 됐다. 상고심에서의 심리는 한 번뿐이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대법원은 내년 초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날 삼성 측 변호인은 “디자인법이 처음 제정된 17세기에는 상품이 훨씬 간단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 대의 스마트폰에 무려 20만개 이상의 특허가 있다”며 “하나의 특허(디자인)에 모든 이익을 부여하면 다른 수만 개 특허 가치를 손상하게 될 것”이라고 변론했다. 애플은 “삼성의 베끼기가 디자인 혁신의 미래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법관은 이전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어떻게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배상금을 책정했는지 그 기준을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배상금을 줄여줄 의사를 내비쳤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