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우먼파워] 가습기살균제·미세먼지…규제 최전선 ‘멘탈 甲’ 여걸들

입력 2016-09-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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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체 직원 2036명 중 769명이 여성…실생활과 밀접 민원인과 잦은 마찰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폭스바겐 배출가스 논란 등 국민의 실생활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부처가 바로 환경부다. 현대인의 삶과 밀접한 만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높다. 업무 강도도 세고 터프한 전쟁터인 환경부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만의 생존법으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따를 수밖에 없고, 부처의 특성상 규제 업무가 많다 보니 환경부 직원들은 경제부처나 지자체, 민원인과 사사건건 마찰이 빚어진다. 현장에서 만난 환경부 여성 공무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유리천장을 깨고 당당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로 발령받아 오는 신입 공무원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0 대 50일 정도로 여성 공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8월 기준으로 환경부 전체 직원 2036명 가운데 여성 직원은 769명으로 37.9%를 차지해 여성 파워를 실감케 한다. 하지만 일반직 중 고위공무원인 여성 국장은 박미자 원주지방환경청장이 유일하다.

‘유리천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 사이에 큰 차별은 없다고 환경부 여성공무원들은 입을 모았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여자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부서 배치나 업무 분담에서 성차별적 관행은 거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환경부에는 타부처에 비해 기술고시 출신들이 많은데 한 해 5명씩 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들어오기 쉽지 않다. 기술직 업무는 전문적인 요소가 많지만 기술직이 전통적인 행정직 업무에 발령이 나기도 한다. 그만큼 행정직과 기술직간에도 차별이 없는 게 환경부의 전통이다.

이필재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은 현직에 없지만 늘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녀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86년 환경청(현 환경부) 홍일점 공무원으로 출발한 이 전 위원장은 행시 29회로 정부 수립 후 최초의 여성 감사관으로 임명됐고, ‘환경부 최초’라는 타이틀을 독차지했다.

그 다음을 잇는 박미자 청장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환경부 역사상 최초 여성 지방환경청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박 청장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데 환경부 여성 후배들은 일이 정말 많은데도 불구하고 남성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 책임감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환경부 본부와 소속기관까지 과장급 이상 여성 공직자는 총 26명이다. 전체 여성 직원의 3%에 불과한 규모다. 정은해 부이사관은 기술고시 30회로 국제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유엔 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파견으로 고용 휴직중이다.

유호 해외협력담당관도 고참으로 분류된다. 지구환경담당관, 수생태보전과장, 새만금환경TF 팀장 등을 지냈다.

김지연 토양지하수과장은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고시 33회인 정선화 과장은 기술고시 출신임에도 장관비서관과 인사팀장을 역임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행시 43회인 김은경 뉴미디어홍보팀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관으로 파견됐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자랑하면서도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한나 규제개혁법무담당관과 최민지 기후변화협력과장 등도 선배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양한나 담당관은 기술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영산강청 환경관리국장, 생활하수과, 토양지하수과를 거쳤다.

양 과장은 임용될 당시에 기술직을 3명 뽑았다고 했다. 그만큼 관문이 좁았다는 것이다. 양 과장은 환경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조직 문화가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배경을 가진 조직원들이 섞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을 배치할 때 한 과에 여자 직원이 5급 이하 한 명만 있으면 됐다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그런 관념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이야기했다.

양 과장은 여자 직원들이 조직 내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서 힘들어 하지만, 실제로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주변 사람들과의 융합이 더 중요하다며 맡은 바 업무를 꼼꼼하게 하다보면 결국은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최민지 기후변화협력과장(행시 47회)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 과장도 기후변화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부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업무 자체가 기술적이고 외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다보니 거칠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최 과장은 “처음에는 민원들에 맞딱뜨렸을 때 생소하고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힘든 시기가 지나고 한 사이클을 돌고 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후배들에게 ‘견디고 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부딪혀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김효정 과장, 김지영 과장, 고종희 서기관, 윤은정 서기관, 임수영 서기관, 원지영 서기관 등이 파워 여성 공무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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