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해저드’에 빠진 골프장… 돌파구 있을까

입력 2016-09-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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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많았던 ‘회원제’ 타격 불가피… 동호인 늘면서 대중 골프장은 ‘미풍’… 최근 중국 골퍼 증가 주목

“위에서 아예 골프채를 한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 두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지방의 한 공무원)

“최근 골프의 ‘골’ 자도 입 밖에 꺼내지 말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대기업 홍보실 직원)

위의 말만 들으면 골프장이 분명히 위기 상황이다.

“아직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 골프시즌이어서 그런지 김영란법 시행에 들어간 10월 초 연휴기간에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습니다.”(수도권 대중 골프장 대표)

“아주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접대골프가 많이 줄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대표)

골프장 업계의 말을 들으면 골프장은 김영란법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 같다.

어느 것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게 골프계의 분위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골프장 업계는 이 법이 골프장을 불황의 늪으로 빠트릴 ‘태풍’으로 몰아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단 골프장 업계뿐만 아니다. 골프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골프용품 업계 등 골프산업 전체가 휘청거린다.

소위 잘 나갈 때 ‘황제회원권’으로 불린 골프장들과 법인회원권을 많이 판매한 골프장, 그리고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골프장, 대기업 계열사 골프장들의 대표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벌써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예약률이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한 곳은 부킹지가 빈 곳이 40%를 웃돈다고 한다. 물론 연휴가 몰린 점도 있지만 그만큼 접대골프가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더 심각하다. 세미나 등으로 단체손님이 많았던 제주도는 교육 공무원이 접대관리 대상으로 묶이면서 코스를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E골프장에서 입장객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가 조금 넘는 골퍼들이 접대와 관련된 업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골프장 L대표는 “적용 대상 업종 종사자가 회원인 경우를 감안하면 연인원 10~15% 정도의 입장객 감소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일부 기업들의 골프 금지령과 같은 추가적인 악재들이 등장하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수도권 N골프장 K대표는 “김영란법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연휴에 예약률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빈 시간을 비회원들로 채우면 1석2조의 효과가 있겠지만 회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도 T골프장 K대표는 “병원의 의사들이 유독 많이 왔는데, 의사 대부분이 교수여서 앞으로 한동안 팀 수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최근 중국 골퍼들이 몰려오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회원제와 달리 일부 대중 골프장들은 영향을 덜 받고 있다. 김영란법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 L대중 골프장 S대표는 “김영란법이 아주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10월 연휴기간에 예약이 거의 찼다”면서 “대중제는 회원제보다는 접대가 덜하고 과거와 달리 골프를 즐기려는 동호인과 직장인들이 늘면서 홀을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면 건전한 골프문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윤원중 사무국장은 “골프를 부정이나 청탁의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이 법이 마치 골프 치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될까 걱정”이라면서 “이 법으로 골프장 업계에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며 정부에서 스포츠 시설인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에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면 골프의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483개 정규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한 골퍼는 모두 3529만 명이다. 우리 인구의 절반이 넘었다. 이들 중 몇 명이 접대를 하고, 접대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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