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검찰 소환 앞두고 증거인멸 의혹…10년치 '경고성' 자료 증발

입력 2016-04-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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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측 실무자(사진 위)가 참고인 신분으로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문제가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모습. (연합뉴스)
▲옥시측 실무자(사진 위)가 참고인 신분으로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문제가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모습.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영국계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적시한 법적 공식 자료를 검찰 수사 직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옥시 측이 인체 유해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측이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측은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시장에 판매해왔다.

당시 SK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MSDS를 첨부해 원료를 공급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를 위해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 등을 담은 자료다.

SK케미칼이 첨부한 MSDS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했다. 동시에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MSDS는 일반 문서 또는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예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유력한 단서가 될 자료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옥시 본사 등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의 MSDS를 옥시 측이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통해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면서 옥시 측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고의로 해당 자료를 없애버린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검찰은 제품이 호흡기로 흡입되면 인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옥시 측이 어느 정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2001년 전후 제품 제조에 관여한 옥시 측 연구원들을 불러 MSDS가 폐기·삭제된 경위와 고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옥시의 인사담당 김모 상무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제품 제조·판매와 관련한 의사 결정 및 보고 체계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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