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G20 장관들과의 회동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환율에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이 나타나면 국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그런 환율 움직임에 필요하다면 대응 수단을 취하는 것은 G20 협정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미국과 일본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최근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치우친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엔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특히 아소가 언급한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이라는 표현은 이날 폐막된 G20 회의 성명에도 포함됐다. 아소는 이를 교묘하게 빌어 외환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이번 주 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엔화의 최근 움직임이 너무 과도하다”며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최근 수주간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도 엔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 가치는 떨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에서 엔저로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은 핵심에 있다.
구로다 BOJ 총재 등의 발언으로 BOJ의 추가 통화정책 완화나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이런 의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루 재무장관은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엔화 강세에도 외환시장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통화 약세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G20의 약속에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해 일본의 시장 개입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했다.
이어 루 장관은 “미약한 글로벌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일본은 해외수요보다 내수를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며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수출을 제고시킬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나라의 비용을 대가로 이뤄지는 것이다”라고 훈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