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사외이사, 임명부터 독립성 갖춰야

입력 2016-03-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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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관심을 받는 일 중에 사외이사 임명 소식이 있다. 많은 상장회사들이 새해를 맞아 주주총회를 하고 주요 임원을 임명하는데 그 와중에 사외이사들을 새로이 임명하거나 연임을 시킨다. 그리고 그 사외이사들이 권력기관 출신이니, 경제 전체를 위해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거수기 노릇만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매년 말을 들어도 그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반복될 뿐이다. 이렇게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비판이 반복되고, 그럼에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외이사제도 자체가 사람들의 유인을 생각지 않고 명분만을 생각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제도의 시초는 보통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1960년대 초반 미국의 증권거래소가 투자자에 대한 충실한 공지를 하도록 상장회사들에게 사외이사를 두도록 요청한 것이 그 시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의 상장요건으로 사외이사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유가증권 상장규정이 만들어졌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집행부와의 관계에 있어 독립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행 사외이사제도는 그러한 요구가 충족되기에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조직에서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려면 유인을 제공하여야 한다. 유인이란 어떤 행위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람들은 유인에 따라 자신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사외이사의 경우 해당 기업에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데 그로 인한 유인은 그 보상을 받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 즉 사외이사들은 자신을 그 자리에 임명해주는 사람들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외이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집행부로부터의 독립성이지만 실제 사외이사들이 임명되고 보상받는 구조는 그러한 독립성을 요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업의 이해와 경제 전체의 후생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기업의 관점에서 사외이사들이 그 기업의 이윤 극대화 혹은 기업주의 이해를 위해 일하는 것을 원하지 기업의 이해를 저버리면서 경제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기업들은 자신의 요구를 잘 들어줄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모시려 한다.

몇 해 전에도 우리나라의 금융기업에서 사외이사들이 금융시장보다는 기업의 이해만을 위해 일하고 임명권자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대두되어 사외이사제도의 개선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한 개선 시도의 결과는 사외이사에 대한 임기와 보수의 제한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규제는 사외이사들에게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할 유인을 제고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자리에 잠시 있는 동안 금전적 보수를 받으며 조용히 지낼 유인을 크게 만들어 주었다.

임기가 제한이 되니 어차피 계속 못 하게 될 텐데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 게다가 열심히 해도 얼마 못 받으니 역시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혹자는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 지적이 사실이라면 임기와 보수는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만일 사외이사들이 우리 경제를 위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 현재의 제도는 완전히 바뀌어서 임명부터 보상과 해임이 모두 회사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기업들의 경우 개별 기업들과 독립적인 금융시장 전체 차원의 기구에서 사외이사 후보들을 선출하여 그들을 각 기업에 무작위로 보내고 그들의 보수도 그 기구에서 지급한다면 사외이사들은 자신이 배정된 기업의 이해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을 위해서 일할 유인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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