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여성기관&단체를 찾아] ②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행 전 원장 인터뷰

입력 2016-01-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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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웬 출산휴가?…“양성평등, 이제는 ‘父性보호’죠”

“불평등을 가져온 사회구조적 변화가 시급해요. 여성 문제도 불평등 문제의 일부죠.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의 기능 덕분에 2년 반 동안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마치 어린아이 손을 이끌고 길을 안내해주듯 사회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죠. 고칠 것이 많아요. ‘행복한 여성’의 삶을 위한 고민과 동행은 나의 과업이에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이끌었던 김행 전 원장(2015년 11월 30일 퇴임)은 남녀 간 불평등은 사회구조가 낳은 문제라고 판단하고 그 틀 안에서 여성 문제를 바라봤다. 본 인터뷰는 지난해 10월 진행됐고 김 전 원장은 11월 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희망하며 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 여성 인재양성에 힘써왔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후 양평원장이 되어 약 2년간 업무를 수행했다.

“양평원장으로 지낸 지난 2년 동안 한 편의 종합 파노라마를 본 것 같아요. 성매매 여성, 임신한 중학생, 가출 청소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다문화가정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접했죠.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교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정책의 기능입니다. 어린아이와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내 평생의 어젠다예요. 국가에서 짜놓은 촘촘한 망에서조차 빠져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떤 동행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 시간이었어요.”

현재 우리나라 양성평등 관련 정책은 선진국 못지않지만 양성평등 체감도는 낮다. 김 전 원장은 그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국민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아래 형성된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강자라고 여기는 남성은 행복할까? 아니에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에 갇혀서 혹사당하고 있어요. 결혼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돈을 버는데, 55세 무렵 은퇴하면 식충이 취급을 받죠. 남성도 사회구조의 희생물이에요. 여성이 가구의 보조적 수입자가 되는 순간 양성평등은 이뤄지지 않아요. 아이도 같이 키우고 경제활동도 함께해야 해요. 둘이 벌어 둘이 키우는 사회로 바꿔나가야죠.”

지난해 7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뀐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서는 여성을 위한 정책이 우선됐다면 양성평등 기본법 체제에서는 남성을 위한 정책도 강조된다.

“법의 핵심은 패러다임의 전환이에요. 이제는 부성 보호죠. 남자도 출산휴가 가고 육아휴직도 가자는 의미예요. 여자가 성공하려면 세 여자의 희생이 필요한데, 바로 친정엄마, 시어머니, 가사도우미죠.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다음 선택은 경력단절이에요. 여성의 경력단절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낳죠. 임신·육아·출산 문제는 일하고 싶어 하는 모든 여성의 고민이에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풀어 나갈 문제죠.”

여성인권 보호와 지위향상, 경력단절여성(경단녀) 문제와 경제활동 촉진, 여성의 대표성 제고 등 다양한 여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면서 그는 수차례 ‘공적헌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공공기관장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덕목이자 그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였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을 하면서 쌓은 경험은 ‘꿈 같은 시절’로 비유할 만큼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은 내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에요. 여성 최초 대통령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고, 세계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글로벌 리더들을 직접 대면해 살아 있는 리더십을 봤어요. 특히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여성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헌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열정과 진정성에 감동받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했죠.”

김 전 원장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 왔다. 인생은 계속 성장하며 성숙 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33년간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또 다른 인생의 목표를 찾았다. 업적보다 행적을 중시 여기자는 것. 그는 앞으로 어떠한 행적을 만들어나갈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94년간의 생을 마감하고 정리하는 데 닷새면 충분하더라고요. 참으로 ‘인생무상’이더군요. 결국 죽음에 이르면 업적과 행적이 남게 되는데, 행적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행적을 만드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인생은 ‘4S’라고 하네요. 20대까지 공부(Study)를 하고 30대에는 성공(Success)을 추구하며 40대 중반 이후에는 의미 있는 일(Significance)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인생의 끝자락에는 내가 어디에 희생(Sacrifice)할 건지 정해야 한다고 해요. 나는 지금 세 번째 S단계에 들어왔어요.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네 번째 S단계로 넘어가서 행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전 원장은 ‘어제의 김행’보다 ‘오늘의 김행’이 나은 것 같다며 그리고 ‘내일의 김행’이 더 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깊은 풍미를 가지는 와인에 자신을 비유하며 60대 이후의 삶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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