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위안화 굴기

입력 2015-12-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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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중국 위안화가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부상했다.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위안화는 세계 각국이 무역결제나 자산투자를 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국제통화로서 인정을 받았다. SDR는 국제통화기금이 1969년에 도입한 가상통화로서 회원국들이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등의 기반통화를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준비자산의 기능을 한다. 위안화의 SDR 편입비율은 10.92%로 달러화(41.73%), 유로화(30.93%)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실물경제에 걸맞은 금융의 위상을 확보했다. 중국의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세계 2위이다.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나라의 숫자가 1994년 2개국에서 43개국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위안화의 세계 외환결제 통화비중은 달러화 44.8%, 유로화 27.2%, 파운드화 8.4%에 이어 2.8%에 불과하다. 더구나 세계 각국이 비축한 외화자산에서 위안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머물고 있다. 향후 세계 외환결제와 외화자산에서 차지하는 위안화 비중은 실물경제 비중에 맞춰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비율을 계속 늘려 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국제금융 무대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경제패권 실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위안화가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 기능을 함에 따라 중국 경제는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중국 경제가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으면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공급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다. 그러면 위안화는 자연히 절하하여 중국 상품의 수출을 증가시킨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가 보유한 위안화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대외부채를 감소시킨다. 중국은 위기를 다른 나라로 이전시키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시뇨리지 효과라고 부른다. 시뇨리지 효과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발휘되어 미국이 통화 팽창을 하여 위기를 극복한 대가로 유럽과 중국이 경제적 피해를 입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우에 따라 중국은 위안화를 다른 나라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금융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 등 적대국가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결제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됨에 따라 중국이 치러야 할 비용도 크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려면 금융시장의 개방과 개혁이 불가피하다. 특히 인민은행의 독립성과 관련 통계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시장 기능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는 금융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중국정부는 자국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다. 최근까지도 중국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하여 수출을 부양하는 환율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위안화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절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중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와 동조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우리 경제가 휘둘리고, 심한 경우 위기의 덤터기를 쓰는 예속적인 구조로 바뀔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으로 수출의 25%, 수입의 16%를 차지한다. 그러나 조선,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어 실물부문에서 우리 경제가 추락의 위험에 처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금융부문에서도 대중 의존도가 큰 상태에서 중국의 금융경쟁력이 높아지면 유사한 위기 현상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동조화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 경제가 실물과 금융부문이 함께 도약할 수 있다. 실물부문에서 기술혁신과 신산업 발굴로 미래 산업을 선점하고 금융부문에서 시장구조를 선진화하고 신규 투자상품을 개발하여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를 디딤돌로 삼아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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