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은 죽었다”…21세기 오일쇼크, 세계 경제 강타

입력 2015-12-07 14:59 수정 2015-12-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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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 혁명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소비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준다. 연료 비용 감소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감세와 같은 효과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주가 안정 재료가 된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산유국의 재정 불안, 디플레이션 유발 등 악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면 유가는 상승한다는 것이 공식이었으나 최근들어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유가가 하락하는 전례없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나서 유가를 방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유가 기조가 1년 4개월 가량 계속되고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반대하면서 일부 산유국은 재정난이 심화, 55년 지속된 석유 카르텔에 균열이 일고 있다. 사우디는 러시아 등 비회원국과 북미 셰일오일 개발업체 등 경쟁자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묵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원유 시장의 지배자 역할을 해온 OPEC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과거의 1, 2차 오일쇼크가 중동 산유국의 가격 통제에 의한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암흑기를 초래했다면, 이번 오일쇼크는 가격 통제에 실패한 OPEC의 리더십 부재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11월 OPEC 총회 이후 회원국 산유량 현황. (단위:1일/배럴) 출처:WSJ
▲2014년 11월 OPEC 총회 이후 회원국 산유량 현황. (단위:1일/배럴) 출처:WSJ

지난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례 각료회의에서도 회원국은 특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당초 회의는 4시간 예정으로 시작됐으나 7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싱거웠다. OPEC은 성명에서 생산량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공식 생산 목표치를 동결했다. 국제유가를 6년래 최저치로 주저앉게 만든 사우디 주도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산유량은 차기 정례회의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 하루 3150만 배럴로 유지된다.

유가가 20달러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OPEC이 감산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50여년간 지속돼온 중동 산유국의 카르텔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이 석유 카르텔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회원국은 각자 원하는 만큼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6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OPEC이 리더십을 포기함으로써 원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업체인 IHS의 제이미 웹스터 석유 애널리스트는 “OPEC은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OPEC 스스로가 이번에 그걸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생산 목표 설정에 대한 논의 조차 없었다”며 “사실상 천정부지다. 모든 나라가 제 멋대로다”라고 비판했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과잉 현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의 OPEC 재가입과 함께 매장량 기준 세계 4위인 이란의 원유 시장 복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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