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무 8패. 인터내셔널팀이 역대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다. 역대 전적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내셔널팀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은 늘 싱거운 승부였다. 마지막까지 승부 예측이 어려운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당연한 듯 우승을 챙겨갔고, 인터내셔널팀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내셔널팀은 미국과의 10차례 대회에서 단 한 차례 승리했을 뿐이다. 인터내셔널팀은 1998년 미국 외 지역에선 처음 열린 호주 대회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승리를 거둔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2003년 11월 남아공 조지의 팬코트 링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제5회 대회는 골프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리아 군단의 맏형 최경주(45·SK텔레콤)가 단장 게리 플레이어(80)의 추천을 받고 출전한 첫 프레지던츠컵 무대였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당시 인터내셔널팀에는 상금왕 비제이 싱(52·피지)과 마스터스 토너먼트 포함 시즌 3승의 마이크 위어(45·캐나다), 그리고 어니 엘스(46·남아공)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거기에 레티프 구센(46)·팀 클라크(40·이상 남아공), 애덤 스콧(35)·로버트 앨런비(44)·스튜어트 애플비(44·이상 호주), 닉 프라이스(58·짐바브웨) 등이 출전자 명단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은 타이거 우즈(40)와 필 미켈슨(45)을 원투 펀치로 내세웠고, 데이비스 러브3세(51), 데이비드 톰스(48), 저스틴 레너드(43), 제리 켈리(49), 짐 퓨릭(45), 찰스 하월3세(36), 케니 페리(55), 크리스 디마코(47) 등이 뒤를 받쳤다.
당시 서른세 살이던 최경주는 프레지던츠컵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최경주는 대회 최종일, 1997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저스틴 레너드(31)와의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승리하며 인터내셔널팀의 두 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양팀은 마지막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쳤고, 양팀 마지막 주자로 나선 앨런비와 러브 3세는 18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양팀은 승점 17-17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에 양팀 단장인 잭 니클라우스(75·미국)와 게리 플레이어는 타이거 우즈와 어니 엘스를 연장전 주자로 내보냈고, 다시 한 번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승부는 해가 질 때까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결국 사흘간의 명승부는 양팀이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