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원자재 투자자들이 최근 엘니뇨로 인해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투자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전세계 곡물 생산업자들은 가뭄, 폭우 등으로 작물 수확에 난관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 기후로 공급량이 줄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근래 들어 원자재 가격이 오히려 반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을 경험했다. 여기에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까지 가세하면서 소프트 원자재 가격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설탕 거래 가격은 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팜 오일도 올해 들어 13%나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침체로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던 미국 헤지펀드들이 하나둘씩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곡물 대기업인 카길 산하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랙리버자산운용은 신흥시장 주식이나 상품 등에 투자하는 4개 펀드의 청산을 결정했다. 시세 하락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자 투자자의 해약이 늘어났기 때문. 블랙리버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약 1조1729억원)의 자금을 반환할 예정이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엘니뇨 현상이 달러 강세, 중국경기 침체로 가격 하락 압력을 받는 소프트 원자재 가격 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엘니뇨 현상이 세계에 미친 여파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 일례로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남아시아·북아시아는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선 지나친 강우량으로 설탕을 비롯한 작물 재배로 생산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쌀수출협회는 지난달 올해 쌀 수출량 목표치를 작년 1097만t보다 줄어든 950만t으로 낮게 잡기도 했다. 지난달 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비의 양이 부족해 쌀 생산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반대로 고온 현상은 브라질의 아라비아카 커피 원두의 생산량을 높여주고, 평균 이상의 강우량은 옥수수 생산량에도 도움을 준다.
캐피탈이노베니션스의 마이클 언더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날씨의 극심한 변동성이 원자재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