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야나이 다다시] ①“불황을 기회로”… ‘유니클로 성공신화’

입력 2015-08-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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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잃어버린 10년’ 침체기 틈새공략… 난방비 아끼는 옷 ‘플리스’로 대박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패할 거라면 빨리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성공 비결입니다.” (도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中)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불에 달군 후 막 담금질한 쇠처럼 단단하다. SPA 의류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기까지 몇 차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유연한 사고와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90년대 일본경제 침체부터 현재 중국경제 둔화까지 무려 30년 동안 쉴 틈 없이 위기와 싸워온 야나이 회장에게 ‘불황을 이긴 사나이’라는 표현이 꽤 잘 어울린다.

◇일본 잃어버린 10년·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 야나이 회장의 유니클로 성공 신화는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나이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고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개설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생산비용 및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옷을 제작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은 온통 유명 브랜드에 쏠렸다. 그러다보니 ‘값싼’ 유니클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야나이 회장은 시대에 어긋난 경영 방식으로 시장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야나이 회장은 1991년 기업의 사명을 ‘오고리상사’에서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바꾸며 의류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야나이 회장에겐 첫 번째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며 침체되고, 기업들이 파산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야나이 회장은 불황 속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중산층, 서민 구분없이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위축됐다. 그때 저가 정책을 펼친 유니클로가 주목받은 것이다.

야나이 회장은 돈이 없는 소비자들이 난방비를 아낄 것으로 판단해 보온용 의류 ‘플리스’를 기획했다. 플리스를 착용했을 때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폴리에틸렌을 부드럽게 만든 원단으로 사용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플리스는 1998년 200만장, 1999년 850만장, 2000년에 2600만장이 팔리면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8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산산조각 냈을 때도 유니클로는 또다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파고들었다. ‘제2의 플리스’로 불리는 히트텍을 선보이면서 승부사 기질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소재 개발을 중시한 야나이 회장은 일본 최대 섬유화학 업체로 꼽혔던 도레이를 직접 찾아가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만벌이 넘는 샘플을 만들고 찢기를 반복한 결과 인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발열하는 원리를 적용한 초경량 신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히트텍은 전 세계에 1억장이 넘게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라인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야나이 회장은 2011년 도레이와 함께 자외선을 90% 차단하는 기능성 라인 ‘UV-CUT’ 콜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불황도 뚫는다… 경기침체 중화권 매출 3000억 엔 목표 = 야나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도 손발 들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또다시 유니클로 신화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의류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 이에 유니클로는 중국 천펑그룹과 합작해 ‘쉰샤오 패션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유니클로는 상하이에 2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이미 저가형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던 중국 소비자에게 유니클로의 구매 매력도는 높지 않았다. 야나이 회장이 3년 만에 중국시장 철수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니,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야나이 회장은 물러나지 않고 중국사업 담당을 교체하는 등 현지화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지사업 대표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이에 제품 고급화·다양화, 친절한 일본식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시장공략 전략을 바꾼 결과 중국시장은 효자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에 최근 중국 경제성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판매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중국 사업을 한층 성장시키고자 미국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체인 월트디즈니와 업무제휴를 확대하기로 했다. 두 업체는 유니클로 매장에서 판매되는 디즈니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의류 및 제품을 공동으로 디자인할 방침이다.

이달 유니클로는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을 전년도의 2080억 엔에서 3000억 엔으로 설정했다. 현재 중국에는 약 370개 매장이 있으며, 연간 100개의 매장을 새로 오픈해 최종 3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일본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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