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가 산업재해 요양신청서를 제출하면 상병명, 재해경위를 확인하고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재해조사를 시작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조사 결과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 즉 산업재해로 인정한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입증을 근로자가 지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재해 근로자나 가족의 보상과 생활 보호를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근로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질병과 유해물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근로자가 모든 것을 입증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내용이다. ‘삼성백혈병 사건’을 계기로 산재 입증 책임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근로자들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공단은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우선 2012년 9월부터 질병조사 전문요원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위생·인간공학 전공자를 채용해 이들로 하여금 직업성 암, 정신질병 등을 전담하도록 했고, 근골격계 질병에 대한 동영상 촬영, 작업 자세에 대한 각도 측정 지원업무를 수행케 했다.
또한 자발적 학습조직을 통해 역학조사 사례와 질병조사 요령 및 노하우를 공유토록 해 재해조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업무상 질병 판정 업무 종합개선 대책’을 수립해 재해조사 업무담당자의 전문성 향상과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섰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재해조사 전문가 양성과정을 신설해 사내자격 인증제로 운영하고 있다. 법령, 의학 기초 및 산업의학 지식, 직업적 유해요인에 대한 이론과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직원 중 매년 80명을 선발해 7개월간 인간공학, 산업위생학, 산업독성학,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의학지식,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및 실무 사례 학습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업무상 질병 조사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근로자 부담이 모두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공단은 앞으로 전문성을 높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공정한 산재심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공단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산재보험은 산업현장을 지키는 모든 근로자가 재해와 관련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산업재해 판정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단은 사회여건 변화에 맞춰 근로자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로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재해조사 역량 강화는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