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1년 전 그 봄, 지금도 그 봄

입력 2015-04-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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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소중한 생명들을 떠나보내며 흐드러지던 그 봄꽃이 다시 피어올랐다. 그렇게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나? 대통령이 눈물로 호소한 ‘국가 대개조론’이 ‘국가혁신’으로, 그리고 다시 ‘경제혁신’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게 전부라면 너무 편협한 생각일까? 사회 각 분야의 책임 있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평가야 다를 수 있지만 당시의 고통과 슬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실존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 다시, 우리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 자수성가한 한 기업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긴 메모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여당의 핵심 정치인들이 연루된 정황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듯하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혹시 모를 불똥을 염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치권은 그렇게 다가온 재·보선과 내년 총선의 주판알만 튕기고 있으니 참으로 이런 함량 미달의 정치는 없다 싶다. 이러니 국민들의 우울증과 답답증이 깊어갈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한국사회는 지금 총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외형이 아무리 크게 성장했다 해도 사회 각 부문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재난과 국가 시스템의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비자금’ 사태가 보여준다. 한마디로 국력을 내실 있게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동반성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현재 한국사회, 특히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는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하면 된다’는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세계에서 인구가 5000만 명이 넘으면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거나 그것에 근접한 7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반면 저성장과 양극화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반세기 동안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일정 정도의 편법까지 용인해 주면서까지 선성장·후분배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이제 불법·편법을 근절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해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혁신이 필요하다. 사회혁신은 우리 사회의 운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로,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진 근본적 이유를 따져보면 우리 사회의 질서 자체가 서서히 붕괴했기 때문이다. 그 맨 밑바닥에 불의와 부정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작금의 ‘성완종 리스트’ 사태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부, 상식이 먹혀들지 않는 사회, 그리고 그 밑바닥에 끝 간 데 없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부패 구조에 기인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과 부패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먹이사슬을 이룬다는 데 있다. ‘더불어 살기’보다는 ‘끼리끼리 살기’를 추구하고, 정의를 세우기보다는 힘 있는 자를 위해 불의를 눈감아 주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부정부패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구조에서 공정한 사회질서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에서는 우리 경제의 동반성장 또한 어렵다. 국민들은 2014년과 2015년 봄에 그동안 모른 채 외면했던 대한민국의 수없는 죄악들과 무기력한 민낯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때로 위악한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나온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고통을 내면화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내가 살고 있고 내 후손이 살아갈, “한국사회, 어떻게 할 것인가?” 상황은 심각하고 엄중하다. 국민 각자가 법을 잘 지키고 대통령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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