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호 열전-김정주] 온라인게임 씨 뿌려 ‘바람의 나라’ 세운 게임황제

입력 2015-04-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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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넥슨 설립 후 ‘바람의 나라’ 출시 가입자 1800만명정부 IT정책에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게임 인기 치솟아일본 법인 도쿄 증시 상장… 세계적 자산가 반열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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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김정주(47) 넥슨 창업자 겸 NXC 회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불모지의 한국 게임산업을 일구고 성장시킨 주인공이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이 한국 시장에 생소한 온라인 게임산업의 씨앗을 뿌린 데는 아낌없이 지켜봐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컸다.

서울 토박이인 김 회장은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김 회장의 부친은 판사 출신의 김교창(78)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이고 모친은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연자(74) 여사다. 김 회장는 유년기에 모친인 이 여사의 영향을 받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잘 다뤘다고 한다. 심지어 악기를 가지고 노는 데 빠져 학교를 빼먹기 일쑤였다. 한번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을 지닌 그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김 회장를 잘 아는 지인은 “어린시절 김 회장은 주변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며 “국내 음악인의 등용문인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의 초등부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년시절 예술적 감각과 공부도 잘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아닌 듯하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꼭 하는 성격에 아버지한테 혼이 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길을 꿈꾸게 만든 시점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때로 판단된다. 1980년대 김 회장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의 컴퓨터 체험시설을 자주 찾았다. 김 회장은 컴퓨터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이모부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로 순국)이 김 회장에게 컴퓨터를 선물해 줬다고 한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 1986년 2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광성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KAIST 전산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항간에는 김 회장의 부친인 김 고문변호사가 자신의 뒤를 이어 법조인이 되길 원해 김 회장과 진로를 놓고 상당히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있으나, 김 고문변호사가 김 회장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게 정설이다.

김 회장이 컴퓨터를 전공하면서 김 고문변호사는 김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로 적극 나선다. 김 회장이 지난 1994년 넥슨을 설립하던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6000만원이란 사업자금을 지원할 정도였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준 밑천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을 얻고, 온라인 게임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아버지 김 고문변호사는 넥슨 설립부터 수년간 각종 법률 자문역을 맡으며 아들의 사업을 돕기도 했다. 현재 넥슨의 탄탄한 지배구조를 그려준 게 기업법 전문가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넥슨이 설립부터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버지의 조언 덕분이었다.

김 회장은 넥슨 설립 2년 후인 1996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며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역사를 처음으로 썼다. 캐릭터를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 하는 경험 자체가 새롭고 흥미진진했다. 그렇지만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당시의 인터넷 환경은 모뎀을 이용해서 전화선으로 연결하던 PC통신 시절이었다. 인터넷 속도와 그래픽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 게임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초반 동시접속자가 수십명에 불과해 첫 달 매출이 고작 백만원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넥슨의 주요 수입원이 게임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이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을 맡으며 기회를 모색했다.

얼마 뒤인 1998년 김 회장은 일본길에 올랐다. 김 회장이 일본에서 목격한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일본 시내의 한 전자제품 매장 앞에 사람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장면에서다. 이때 김 회장은 일본에 머물고 있던 대우 출신의 최승우씨를 만나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최씨는 넥슨 일본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으로, 현재 넥슨 일본법인 명예회장이다. 김 회장과는 서울대 동문이면서 68년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 사이다.

김 회장은 최 회장을 선봉장으로 일본 공략에 공을 들였다. 지난 1999년 11월 최 회장은 일본 웹 호스팅업체와 함께 넥슨 일본 법인을 합작해 만들었다. ‘바람의 나라’를 첫 해외시장에 선보인 시점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가입자가 모이지 않으면서 합작법인은 해체되고, 2002년 일본 지사를 세웠다. 당시 김 회장과 최 회장은 비싼 일본 가구를 구입하는 대신 서울에서 가구를 들고 와 일일이 조립하며 비용을 아꼈다고 한다. 이어 김 회장은 2005년 모회사를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바꿨다.

하늘도 김 회장을 도왔다. 정부가 IT정책의 육성 차원에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에 나서고 PC방이 곳곳에서 출현했다. 시대적 조류까지 맞아떨어지면서 ‘바람의 나라’는 일약 대표적인 온라인게임으로 등극했다. 현재 ‘바람의 나라’는 누적가입자 수 1800만명, 최고 동시접속자수 14만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넥슨은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대한민국 대표 게임기업의 아이콘을 얻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2004년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트라이더’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전세계 3억8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5년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는 전 세계 약 4억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정식 서비스를 한 ‘메이플스토리’ 역시 일본·미국·대만·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60여개 나라에 진출해 1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넥슨 일본법인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또 다시 조명을 받게 된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1년 12월 14일 8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도쿄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넥슨 일본법인의 상장으로 김 회장은 세계적인 자산가의 반열에도 올라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김 회장의 자산은 18억달러(약 1조9758억원)로 전체 순위 중 1054위로 조사됐다. 김 회장의 성공에는 부유한 집안 환경과 부모님이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회장에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음에 품은 게임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은 끈기 등이 어우러져 지금의 김 회장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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