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와 조용필 그리고 ‘Young Old’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4-0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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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72)는 일흔이 넘었는데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 분은 옛 음악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비틀스 해체 후 수많은 곡을 발표했다. 많은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변신하고 새로운 것을 제시한다. 저 역시 과거에 멈춰있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겠다.” 이문세(56)가 지난 6일 13년 만에 새 앨범 ‘뉴 디렉션(New Direction)’을 발표한 쇼케이스에서 한 말이다.

50대 중반의 이문세와 70대 초반의 폴 매카트니. 물리적 나이로 보면 10~20대들이 주로 소구하는 대중문화 분야에서 주류에서 밀려나거나 퇴장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이끌어내는 주류 스타다. 왜 그럴까. 요즘 흔하게 쓰이는 ‘100세 수명시대’와 ‘인생 2막’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고령층 인구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물리적 나이를 근간으로 한 유년, 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년 구분의 형태가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령층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그중의 하나가 ‘신중년(新中年 Young Old)’의 등장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심리학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개념화한 것으로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4세까지를 ‘Young Old’로 구분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도 신중년 인구가 급증하고 이드르이 활동과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중년에 해당되는 인구가 2015년 3월 현재 104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4%에 달한다. 또한, 신중년은 은퇴를 한 뒤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하던 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인생 2막’ 을 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급증하는 신중년은 분명 야누스적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사회의 새로운 진화의 원동력일 수도 있고 사회의 퇴보를 가져오는 부담일 수도 있는 두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2막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신중년이 우리 사회의 진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퇴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저서 ‘에이징 파워’에서 신중년의 잠재력을 제대로 안다면 저출산 고령화 위기는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정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 이들을 사회가 막연한 관습과 선입견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신중년이 사회 진화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분위기 일신과 나이에 대한 편견 개선 그리고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신중년이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가 되는 것이며 신중년 개인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문세가 언표한 폴 매카트니 그리고 조용필(65)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분명 폴 매카트니는 과거의 비틀스 명성과 인기만으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을 했고 실험을 했다. 그의 도전과 실험을 하는 데에는 72세라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대중이 여전히 폴 매카트니의 음악을 찾고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가왕’ 조용필이 2013년 새로운 음악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그가 기존의 음악적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와 실험 그리고 독창성을 담보한 19집 앨범 ‘헬로’를 발표했다. 이 때 나이가 63세였다. ‘바운스’에서부터 ‘어느 날 귀로에서’까지 ‘헬로’에 수록된 10곡은 발라드, 팝에서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앨범에는 실험과 파격이 있고 조용필의 부단한 자기 혁신과 도전이 담겨있었다. 10~20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젊은 신세대 가수들조차 그의 실험적 감각과 독창적인 시도에 감탄을 연발했다.

폴 매카트니나 조용필이 과거의 명성과 연륜에 안주하고 나이가 주는 권위에 기댔다면 현재진행형의 대중 환호는 없었을 것이고 대중음악사는 그들을 박제된 왕년의 스타의 한사람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신중년이 사회 진화의 진정한 주체로서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생 1막에서 구축했던 명성과 위상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열정, 도전을 보여야한다. 조용필과 폴 매카트니처럼. ‘신중년(Young Old)’이라는 용어는 그래서 물리적 나이에 근거한 단순한 구분이 아니다. 열정과 자기 혁신, 도전이 거세된 물리적 55~74세는 ‘신중년’이 아닌 ‘장노년’일 뿐이며 ‘Young Old’가 아닌 단순한 ‘Old’일뿐이다. 당신은 Young Old인가 아니면 Old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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