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신중년 시대’, 왜 반가울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3-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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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회' 박근형-윤여정(CJ엔터테인먼트)

“70대 노인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그동안 없었다. 노년층을 배제한 상태에서 상업적 수단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문화콘텐츠 차원에서 손해다. 우리는 (노년층 배우들에 있어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폐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배우 박근형(75)은 최근 영화 ‘장수상회’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노년층 배우들이 설 자리가 부족한 문화계의 편향된 제작 환경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출연으로 편견을 깨고, 영화 ‘장수상회’에서 젊은층 못지않은 70대의 로맨스를 담아낸 박근형이었기에 가능한 지적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의 대중문화는 긴 시간 젊은층의 소유물이었다. 드라마ㆍ영화ㆍ가요ㆍ예능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잘 생기고 예쁜 스타들이 득세했고, 작품의 소재와 주제는 언제나 현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나이가 들면 그야말로 ‘퇴물’로 인식돼 철저히 외면당했다. 우리 문화는 ‘한류 열풍’과 ‘문화강국 선언’으로 몸집이 커졌지만 노년층 배우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냉혹한 상업 논리 속에서 노년의 배우들은 언제나 조연ㆍ악역ㆍ카메오로 치부돼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문화계에 불고 있는 ‘신중년’ 바람이 유독 반갑다. 이른바 ‘신중년 시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미국 시카고 대학 심리학과 뉴가튼(Neugarten) 교수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을 지목하며 ‘신중년’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영어로 ‘Young Old.’ 즉, 사회ㆍ문화 전반적으로 외면 받았던 노년층의 약진을 의미한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대작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중년의 사랑이었다. ‘꽃보다 할배’ 나영석 PD는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년층의 여행을 통해 젊은층 못지않은 그들의 열정과 꿈, 희망을 다뤘다.

▲'꽃보다 할배'(노진환 기자 myfixer@)

지난해 11월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성공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은 그 어떤 커플보다 애틋했고, 로맨틱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누적 관객 수 480만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다양성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역대 박스오피스를 볼 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기록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85만)에 조금 못 미치는 기록이며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 ‘군도: 민란의 시대’(477만),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72만)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보다 관객 수에서 앞선 기록이다.

신중년의 연기와 노래, 코미디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래서 이들의 활약에 세대를 막론한 대중의 호응이 동반된다는 사실이 반갑다. ‘꽃보다 할배’는 케이블채널의 킬러 콘텐츠 열풍을 주도했고,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할류’라고 불리며 실버세대의 관광열풍 현상도 낳았다. ‘장수상회’는 포털사이트 평점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4월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70대 노년의 사랑이 있다.

세대에 국한된 문화콘텐츠는 편협한 주제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조장한다. 신중년의 활약은 세대 간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잇따른 신중년 콘텐츠의 성공은 문화콘텐츠 다양성에 일조할 예정이다.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로버트 드니로 등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 할리우드의 명장들처럼 이제 한류 명장들이 신중년 바람을 타고 문화계에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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