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신입행원 in black

입력 2015-01-12 08:26 수정 2015-01-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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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대강당에서는 ‘2015년 신입직원 입행식’이 열렸다. 올해는 60명이 76.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중앙은행으로 입성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통에 따라 신입행원을 한 명씩 연단으로 불러 사령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나눴다. 이 총재 외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임직원 100여명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초청된 신입행원 가족들 111명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족들은 입행식 후 한은 총재와 오찬을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도 보냈다.

그런데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새내기 행원들의 복장이 짜 맞춘 것처럼 검정색 일색이었다는 점이다. ‘튀는 것’을 꺼려하는 한은 분위기를 벌써부터 알아챈 것일까. 남자 신입행원들뿐만 아니라 여자 신입행원들 상하의도 모두 검은색이었다. 한 한은 직원은 “누가 시킨 것처럼 하나 같이 검정색 옷을 입었다”며 “벌써부터 획일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내기 출근 첫날 복장으로 검은색을 선택하는 것은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기발랄한 신입행원들이 초심으로 ‘무난함’만을 새길지 몰라 한편으론 아쉬웠다.

한은을 2년 가까이 기자로 출입하면서 만나본 상당수 한은맨들은 스마트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췄다. 국민경제에 대한 헌신적인 열정도 넘쳤다. 하지만 개별로는 똑똑하지만 이들이 모여 낳은 결과물은 개인들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아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남산골 샌님’이라는 별칭처럼 조직의 안락함과 65년 전통에 매몰돼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존재감이 축소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앙은행이라는 조직의 속성상 보수적인 문화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피하려고만 하는 모범생 성향이 어느 조직보다 강한 것은 바꿔야 한다.

이 총재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일하는 자세와 방식을 관성적, 수동적이 아닌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조직은 젊은 피를 수혈함으로써 변화를 도모한다. 끼와 개성이 넘치는 신입행원 입행을 계기로 한은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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