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아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왜 없나

입력 2014-11-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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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해외 ‘직구(집적 구매)족’은 요즘 설렌다. 얼마 전 중국의 ‘솔로 데이’가 성황을 이룬 데 이어 미국의 대형 세일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ㆍ 현지시간 28일)가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영문 사이트를 훑으며 다운 재킷이나 대형 TV를 찜하는 직구족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관련 업계도 득실에 따라 울고 웃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G2가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격돌하면서 알뜰 직구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주무대가 온라인 세일행사인 ‘마케팅 데이’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통업체들은 전통적 세일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글로벌 온라인 장터로 진화시키며 수성에 나섰고, 중국의 알리바바는 ‘솔로 데이’란 신병기를 앞세워 사이버 쇼핑시장의 지존을 노리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가격만으로도 구매 본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아마존은 일본 도시바의 50인치 LED HD TV를 200달러에 내놓기로 했다. 엔저에 편승한 가격 파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선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 80만원을 웃돈다. 삼성전자도 1799달러인 50인치 초고해상도(UHD) TV를 56%가량 할인해 799달러에 내놓고 예약주문을 받고 있다. 50인치 UHD TV는 국내에선 200만원대를 훌쩍 넘는 터라 해외 배송비와 관세를 고려해도 매력적이다.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세일의 시발점이기도 한 블랙 프라이데이는 확장 진화하고 있다. 행사 다음 주 월요일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에 착안한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가 2005년 등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소파 선데이(Sofa Sunday)까지 출현했다. 주말에 집에서 주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블랙-소파-사이버 라인이 구축되면서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던 블랙 프라이데이가 지구촌 온라인 장터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알리바바는 창조적 모방을 통해 아예 원조를 뛰어넘을 기세다. 11월 11일 솔로 데이를 하루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탈바꿈시켰다. 개별 기업이 주도한 매출 신화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약 2만7000개의 기업들이 솔로 데이 마케팅에 나선다. 세계 직구족을 대상으로 글로벌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판 창조경제’라고 높이 평가했다.

우리는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과 한류, 활발한 온라인 상거래,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과의 접근성 등 수많은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 한류는 있어도 한류 상품은 부족하고, 전자상거래는 많이 하지만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없는, 맹꽁이 같은 신세다.

딱한 현실은 직구와 역(逆)직구 현황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해외 직구 규모는 2012년 7951억원, 지난해엔 1조1356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정부의 해외직구 절차 간소화에 힘입어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해외 소비자의 역직구는 지난해 3700억원으로 직구의 3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등 글로벌 역직구를 가로막던 관련 규제가 지난 8월 풀린 만큼 올해는 50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미온적인 자세 때문에 실제 추이는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스토리를 갖춘 ‘데이’는 국내에도 넘쳐난다. 중국의 솔로 데이에 영감을 준 빼빼로 데이(11월11일)를 비롯해 삼겹살 데이(3월3일), 삼치 데이(3월 7일), 오이 데이(5월2일), 체리 데이(7월2일), 구이 데이(9월2일), 가래떡의 날(11월11일) 등을 꼽을 수 있다. 데이 마케팅이 상술에 너무 치우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내수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재미나고 발전 가능성이 큰 마케팅 기회이기도 하다.

G2의 글로벌 온라인 쇼핑 주도권 경쟁은 새로운 국제무역 전쟁이나 다름없다. 무대가 오프라인 수출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바뀐 것뿐이다. 지금 같은 안일한 대응으로는 구글과 애플에 플랫폼 주도권을 뺏겨 하드웨어의 장점마저 까먹은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수출대국의 신화는 글로벌 온라인 시대에도 이어져야 한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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