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살아야 경기가 산다②] 현실 모르는 정부의 규제사슬 봇물… 유통업 숨통죈다

입력 2014-07-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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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매출 감소세 기록 갱신 중, SSM는 첫 영업적자… 중소농가·제조업체·소비자 한숨

#주부 A씨는 대형마트로 장보러 가는 날에 항상 스마트폰으로 휴점 여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마트가 문을 여는 날 장을 보고, 문을 닫으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뿐, 인근에 위치한 시장은 찾지 않는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신용카드 이용도 잘 안되고, 품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상품도 다양하지 않다는 게 기피 이유다. 이 곳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B씨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규제됐지만 매출은 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영세상인을 지원할 생각을 해야지, 대형마트만 쉬게한다고 다 해결되는거냐고 기자에게 핀잔을 줬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트는 마트대로 매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영향은 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농가와 제조업체까지 미치면서 전체적인 내수 부진을 불러왔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애당초 관심사도 아니었다.

◇마트 3사 9분기 연속 매출 감소·SSM 위기= 대형마트의 매출이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감소 행진 중이다. 2012년 4월 시작된 의무휴업과 출점규제가 매출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의 2012년 매출 증가율은 51%였으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3%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도 1.3% 감소했다. 마트 3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이마트 -1.6%포인트, 홈플러스 -4.2%포인트, 롯데마트 -2.9%포인트씩 일제히 줄어들었다.

이마트 이갑수 영업총괄부문 대표는 “이마트의 매출은 작년 상반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며 “생필품 중심의 대형마트가 1년 반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 슈퍼마켓) 역시 위기다. 전국에 432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SSM업계 1위 롯데슈퍼는 지난 1분기 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슈퍼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약 8년만에 처음이다. 257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업계 3위 GS수퍼마켓도 1분기 영업이익이 2억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급감했다.

주요 SSM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규제 강화로 신규 점포 출점이 급격히 줄었고,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규제와 상인들의 반발로 인해 폐점하는 곳도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망원점. 홈플러스는 지난해 망원역과 300m 떨어진 합정점 개점을 앞두고 망원·월드컵시장상인회와 2011년 부터 마찰을 벌였고, 지난해 2월 지역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망원점을 폐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은 지난 2007년 문을 열었고 한 해 평균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점포였다.

이처럼 규제 정책이 마트와 SSM 매출은 감소시켰지만 정책의 목표였던 일반형 슈퍼와 전문소매점 매출 증대를 야기하지는 않았다.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정책 및 소형가게 매출 증가’ 연구에 의하면, 매월 2일씩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일 의무휴일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통시장 매출을 포함한 전문소매점의 매출 증대효과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정진욱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의무휴업에 따른 대형마트 매출 감소액 중 전통시장이나 중소 슈퍼마켓으로 전환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로 묶기보다 영세상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책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상생품목 판매금지 ‘후폭풍’… 농·축산 농가 시름= 지방자치단체가 상생품목을 정하면 대형마트나 SSM(기업형슈퍼마켓)이 그 품목을 팔 수 없도록 하거나,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제한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단순히 마트의 매출 감소와 소비자의 불편함을 넘어 농축산 농가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대한양계협회, 한국4H본부 등 농· 축산단체들은 상생품목 지정 제도가 마트에 농·축산물을 출하하고 있는 농·축산인에게 급격한 소득감소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광천 한농연 대외협력실장은 “상생품목 지정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판로가 막혀 급격한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고, 또 농·축산물이 제때 출하되지 못하면 저장비용이 증가하면서 결국 가격이 상승해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규제철페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통업은 해당사항이 없고, 오히려 각종 규제가 더 쌓이고 있다”며 “억지 규제로 소상공인이 보호되지는 않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입법을 거둬들이고 시장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SSM업체 관계자는 “규제의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최근 유통법을 더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사업 존폐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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