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미투 브랜드와 표절의 차이(?)

입력 2020-01-20 17:55 수정 2020-01-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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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부 부장대우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커피전문점이나 디저트 전문점의 음료 쿠폰을 주고받는 일이 흔해졌다. 생일 선물로 혹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소소한 선물로 이것만큼 서로 부담 없는 선물도 없다.

필자 역시 이런 작은 선물을 지인들에게 전달하곤 한다. 얼마 전 음료 쿠폰을 전했던 이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는 당혹스러웠다.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결제를 하려고 핸드폰의 쿠폰을 제시했는데 점원이 “우리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결제를 거부했다는 것.

자초지종은 이렇다. 필자가 선물한 ‘A’브랜드와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까지 동일하며, 브랜드 네이밍마저 영문 스펠링 한 글자만 다르고 똑같은 일명 ‘미투 브랜드’ 매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는 황당한 에피소드로 치부했지만 미투 브랜드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출입한 지 15년이 넘는다. 당시에도 소위 ‘뜨는 브랜드’가 겪던 문제가 바로 미투 브랜드의 난립이었다. 스몰비어의 원조 봉구비어가 수많은 미투 브랜드로 상표권 분쟁을 겪었고 2000년대 중반 호프전문점 사상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했던 쪼끼쪼끼도 결국 미투 브랜드의 난립과 부실 경영이 겹치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설빙은 중국 진출 후 짝퉁 브랜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10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본부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미투 브랜드다. 삼양식품을 수출 기업 반열에 올린 ‘불닭 시리즈’의 원조격인 불닭전문점의 퇴출에서도 미투 브랜드의 폐해를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불닭 메뉴를 앞세운 프랜차이즈가 다수 등장했지만 브랜드 난립으로 어느 한 곳도 살아남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그 많던 불닭집이 왜 사라졌을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메뉴 개발 없이 카피해서 만든 브랜드가 난립하면 결국 원조의 신뢰성마저 무너진다.

미투 브랜드의 난립과 공멸은 비단 가맹본부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가맹점주들에게까지 도미노 피해가 이어진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주최로 ‘가맹사업 미투 브랜드 난립 방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미투 브랜드 난립 방지라는 프랜차이즈 본부에 꼭 필요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토론회였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근절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이 모여 내놓은 방안은 ‘1+1법’이다. 가맹본부가 1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그렇다면 기존 브랜드의 콘셉트를 그대로 적용한 미투 브랜드라 할지라도 직영점을 1년 이상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미투 브랜드 근절이라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발상이다.

선거철마다 끊이지 않는 논란 중 하나가 논문 표절이다. 눈문 표절로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국무위원 임명이 좌절되기도 한다. 미투 브랜드에 ‘1+1’을 준수하라는 것과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국무위원에게 임명 후 1년간 유예기간을 주자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yhh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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