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목요일 밤이 즐겁다. 드라마 ‘김과장’ 덕분이다. 드라마의 배경은 TQ그룹. 대한민국 대기업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회계 조작과 은폐, 계열사 자금 횡령, 장기 근속직원의 ‘면벽(面壁) 대기발령’, 노조 집회에 용역 깡패 투입, 회장 아들의 사비를 업무비로 처리…. 속 터지는 장면의 연속인데, 뭐가 즐겁냐고?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주인공...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쓸 이유도 없다.
‘처녀작’ ‘처녀항해’ ‘처녀비행’처럼 첫 행위를 표현할 때 ‘처녀의 순결성’에 비유하는데, 이 또한 엄연한 성차별 언어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순결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총각○○’은(는) 없지 않은가! 첫 작품, 최초 항해, 처음 비행 등 중성적이고 객관적인 말로도...
우리말에는 의미가 전혀 다르지만 발음이 같거나 비슷해 표기하는 데 어려운 단어가 여럿 있다. 그중 ‘달이다’와 ‘다리다’가 대표적인데, 반드시 구별해 써야 한다. ‘다리다’는 ‘천, 옷 등의 주름이나 구김을 펴고 줄을 세우기 위해 어떤 도구로 문지르다’라는 뜻의 동사다. 요즘엔 대부분 다리미를 쓰고 있지만 지난날엔 화로 속에서 뜨겁게 달궈진 인두로 구김을...
오늘 밤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섣달그믐인 내일은 설맞이 준비로 바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른다. 철없던 시절엔 까치설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다. 어느 해인가 버티다 버티다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썹이 하얘져 엉엉 운 적이 있다. 물론 오빠들과 언니가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둔 것이다. 걱정할 줄 알았던 아버지와...
“새해가 왔는가/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이동순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1’ 중)
준비 없이 다시 한 살이 보태졌다. 시간이 내 편인 것 같진 않지만 적(敵)은 더더욱...
요즘엔 순우리말인 ‘설아래 모임’, ‘설밑 모임’, ‘세밑 모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
‘설밑’, ‘세밑’은 한 해의 밑, 즉 한 해가 끝날 무렵을 뜻한다. 해가 저문다는 뜻의 ‘세모(歲暮)’ 역시 한 해가 끝나는 시기나 설을 앞둔 섣달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눈썹 세는 날)을 일컫는다. 그런데 세모는 일본식 한자이므로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구랍...
어느 순간 강(强)추위가 우리말 강추위를 밀어냈지만, 예전엔 겨울 하면 ‘마른 추위’만 존재했다.
강더위 역시 ‘마른 더위’를 뜻한다. 비가 내리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더위다. 강기침(마른기침), 강마르다(살이 없이 몹시 마르다), 강서리(늦가을에 내리는 된서리) 등의 강도 모두 ‘물기 없이 마른’의 의미를 더한다.
이밖에도 아이가 눈물 없이 앙앙 소리 내어 우는...
KBS 개그콘서트 ‘나는 킬러다’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유민상을 노리는 다양한 킬러들이 등장했다. 여성 킬러 김지민은 미인계를 썼다. 하지만 매주 살인 계획에 실패해 케이크, 숯, 토마토주스 등을 얼굴에 뒤집어쓰며 웃음을 선사했다. ‘허술한’ 킬러들 덕분에 유민상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실제 현실에서 638차례나 암살 시도를 당한 이가 있다. 쿠바...
국립국어원은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큰사전 등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배’가 ‘무리를 이룬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인배’를 쓰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고 밝혀 혼란을 더하고 있다.
언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해도 ‘대인배’는 잘못된 말로, 듣기 영 못마땅하다. ‘무리를 이룬...
국립국어원은 더치페이 대신 ‘각자 내기’, ‘나눠 내기’ 등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말하고 듣기에도 편안하다. 각자 내기는 한자어로 각출(各出)이다.
각자 내기와 비슷한 말로 추렴, 갹출, 거출 등이 있다. 모임이나 놀이, 잔치 등 같은 목적을 위하여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둔다는 의미다. 이 중 추렴은 한자어 출렴...
딸 같은 그녀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싶다(교육비는 거절!). 중간고사 대체 과제물로 제출한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 리포트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 새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 대학생의 리포트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오자와 비속어투성이다. 우선 ‘안’과 ‘않-’의 바른 쓰임을 보자. ‘안’은 용언 위에 붙어 부정 또는...
자물쇠가 달린 서랍이나 반닫이 따위를 이르는 ‘locker’도 우리말로 표기하면 로커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locker는 사물함, 개인 보관함 등으로 순화해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locker room’은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당연히 ‘로커 룸’으로 써야 하겠지만 이 말의 바른 표기는 ‘라커 룸’이다. 이미 굳어진 들온말은 관용을 인정해 적어야 한다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동네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다. 큰아이 친구 엄마들의 모임인, 일명 ‘(아)줌마회’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모임의 목적은 추석 연휴 시댁·친정에서 쌓인 스트레스 풀기! 나이가 가장 많아 ‘왕언니’로 불리는 명석 엄마가 속내를 쏟아냈다. 예상과 달리 부엌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리말에 이처럼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수사적 비유가 또 있을까. 지금은 총알 같다. 번개 같다 등으로 빠름의 세기를 높여 표현하지만 옛날에는 시위를 떠난 화살보다 더 빠른 것이 없었기에 나온 말이다. ‘쏜살같다’는 한 단어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화살은 ‘활+살’ 구조로, 원말은 ‘활살’이다. 그런데 발음하기 편한 화살로 변했다. “끝소리가 ‘ㄹ’인...
‘등+멱’의 구조로 ‘멱’은 냇물이나 강물 또는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씻거나 노는 일을 뜻하는 순 우리말 ‘미역’의 준말이다. 단어의 의미로 보나 구조로 보나 표준어가 되는 데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북한에서 쓴다는 이유로 금기시되는 우리말이 여럿 있다. 쪼각(조각), 누에벌레(누에), 또아리(똬리), 그러매다(얽어매다)…. 하나같이 버리기에...
굽이 높고 뾰족한 하이힐은 세련된 도시 여성의 상징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맵시가 살아날 뿐만 아니라 당당하고 도도해 보인다. 키가 작은 여성의 경우 구두의 굽높이는 자존심과도 맞물려 있다. 무지외반증, 요통 등의 주범이라며, ‘멋’보다 ‘건강’을 생각해 이제 그만 높은 굽에서 내려오라는 지인들의 충고에도 내가 하이힐을 못 벗는 이유다.
하이힐의...
가공법, 요리법 등에 따라 이름이 달라 우리말을 풍성하게 하는 데도 한몫 톡톡히 한 귀한(?) 물고기다. 갓 잡아 싱싱한 명태는 생태다. 말린 명태는 건조 정도에 따라 북어, 노가리, 코다리로 불린다. 바싹 말린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이 코다리다. 코다리는 명태의 내장을 빼고 코를 꿰어 말린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바싹 말린 것이다. 또 명태는...
‘오뉴월 장마에 돌도 큰다’는 속담이 있다. 오뉴월 장마는 식물을 잘 자라게 해 농사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비에 돌이 자란다니!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반면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듯’, ‘오뉴월 장마에 호박꽃 떨어지듯’ 등의 속담은 장마가 우리 삶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의미다. 어디 이뿐인가. ‘오뉴월 장마는 개똥장마’라는...
사달은 사고나 탈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발음과 글꼴이 비슷해서인지 사달과 사단을 헷갈려 하는 이가 많다. 사단(事端)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이나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첫머리, 또는 단서(端緖)를 의미한다. 즉, 어떤 일이 발생한 원인을 표현할 때 어울리는 말로, 실마리 혹은 단초(端初)로 바꿔 쓸 수가 있다. 따라서 ‘사단’은 두 눈에 불을 켜고...
이는 우리말에서 흔한 ‘ㅣ’모음 역행동화, 즉 앞 음절의 후설모음 ‘ㅏ, ㅓ, ㅗ, ㅜ’가 뒤 음절에 전설모음 ‘ㅣ’가 오면 이에 이끌려 ‘ㅐ, ㅔ, ㅚ, ㅟ’로 변하는 현상 때문이다. 그런데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말은 방언으로 봐서 원칙적으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애비’, ‘에미’가 입에 착착 감겨도 원형인 아비, 어미만이 바른말이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