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꿈의 과녁을 맞혀라

입력 2016-08-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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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이후 꿈이 바뀐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양궁 선수가 되겠다는 청소년이 크게 늘었단다. 분명 부모에게 꿈을 강요받은 아이도 있으리라. 올림픽 사상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전북 전주에 사는 중학생인 조카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2학기 들어 양궁부에 들어갔다며, 우리 집 한쪽 구석에 있는 양궁 장비를 가지러 온 것이다. 어리게만 봤는데, 먼 곳까지 혼자 움직이다니 몹시 기특했다. 활을 쏠 때 손가락, 팔뚝, 가슴 등 몸을 보호하는 장비를 챙겨 주며 즐겁게 해 보라고 조카를 격려했다.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한다고!

8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우리 양궁 대표선수들은 과녁을 향해 사정없이 금빛 화살을 쏘았다. 경기를 지켜보던 큰아이가 꿈을 찾았다며, 양궁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꿈을 찾다니 어찌나 기쁘던지! 그날 저녁 스포츠 매장으로 가서 판매원이 추천하는 장비(조카에게 넘겨준)를 다 사줬다. 두 달 남짓 훈련을 받던 아이는 “다른 꿈을 찾았다”며 양궁을 포기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자유롭게 꿈을 꾸어야 하므로 새로운 꿈을 인정해줬다.

쏜살같이 8년이 지났다. ‘쏜살같다’는 쏜 화살과 같이 매우 빨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말에 이처럼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수사적 비유가 또 있을까. 지금은 총알 같다. 번개 같다 등으로 빠름의 세기를 높여 표현하지만 옛날에는 시위를 떠난 화살보다 더 빠른 것이 없었기에 나온 말이다. ‘쏜살같다’는 한 단어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화살은 ‘활+살’ 구조로, 원말은 ‘활살’이다. 그런데 발음하기 편한 화살로 변했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 나는 대로 적는다”는 한글맞춤법 제26항을 따른 것이다. 아드님(아들+님), 부나비(불+나비), 부삽(불+삽), 소나무(솔+나무), 무논(물+논) 등도 같은 이유로 [ㄹ] 소리가 나지 않는 형태만 표준어에 올랐다.

그렇다면 화살로 과녁은 맞힐까, 맞출까? 발음과 의미가 유사해 헷갈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맞히다’로 써야 한다. 이때의 맞히다는 쏘거나 던져서 어떤 물체에 닿게 하다, 적중하다, 명중하다 등의 의미다. 문제의 옳은 답을 찾았을 때도 ‘정답을 맞히다’가 바른 표현이다. 그러니 수수께끼도 알아맞히는 것이다. ‘맞히다’는 ‘맞다’의 사동사로, 주사(침)를 맞히다, 바람을 맞히다 등으로도 쓰인다.

‘맞추다’는 둘 이상의 대상을 나란히 놓고 서로 비교하다,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 일치시키다 등의 뜻이다. 따라서 시험 답안지에 쓴 것이 정답인지를 비교해 볼 때는 ‘정답을 맞추다’로 써야 한다. 사랑하는 이와 뽀뽀를 할 때는 ‘입을 맞추다’,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도록 미리 부탁할 때는 ‘양복(구두)을 맞추다’, ‘떡을 맞추다’ 등으로 쓴다.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생활에 큰 힘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마음 놓고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강요도, 경제적 부담도 아이의 꿈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꿈의 과녁을 맞히도록 돕고 이끄는 게 부모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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