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피로를 느끼며 살라는 것은 아닐 터. 눈치챘겠지만, ‘피로 회복’은 한마디로 실제 말하고자 하는 뜻과는 정반대인 모순된 표현이다.
몇몇 사람들은 ‘피로 회복에 좋은 차’, ‘피로 회복에 효과적인 운동’ 등 ‘피로 회복’이 좋은 의미로 널리 쓰이고, 사회성까지 지녔으므로 인정하자고 말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다. ‘피로 회복’은 명확히 틀린...
우리말 전문가들은 미망인을 버리고 대신 ‘유부인(遺夫人)’으로 쓰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유가족(遺家族·죽은 사람의 남은 가족), 유언(遺言·죽음에 이르러 말을 남김) 등의 말처럼 ‘남겨진 부인’이라는 뜻의 ‘유부인’이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국어원은 이달 초 가부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미망인의 뜻풀이를 ‘남편을 여읜 여자’로 바꿨다....
남자와 뜨개질.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며칠 전 전철에서 뜨개질하는 국군 장병을 본 후 든 생각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병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웃으며 일일이 눈인사를 했다. 한두 번 겪은 상황이 아닌 표정이었다. 그의 옆자리 할머니는 “남자가 이런 거 하면 ○○ 떨어진다”고 놀렸다. 그러자 그는 “아프리카 지역 아기들에게 줄 모자입니다. 아기들의...
색감을 표현하는 우리말이 이토록 풍부했던가. 그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도 많아 잘 쓰이지 않는 말도 여럿이다. 그러고 보니 색을 대하는 우리네 정서가 참으로 섬세하다. 빨강은 ‘레드(red)’, 노랑은 ‘옐로(yellow)’ 등 한 단어로만 표현하는 영어권 사람들이 우리말을 어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쓰고 있지만 버려야 할 색깔도 있다....
우리말로 먹고사는 어문기자의 딸답다.
젓갈은 뜻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음식을 집어 먹는 데 쓰는 젓가락의 준말이다. 이 경우 ‘-갈’은 가락의 준말로, 숟가락 역시 숟갈로 쓸 수 있다. 젓갈은 [저깔/젇깔], 숟갈은 [숟깔]로 발음해야 한다.
또 다른 젓갈은 젓으로 담근 음식을 뜻하는데, [젇깔]이라고 말해야 한다. ‘젓깔’로 잘못 쓰는 이들이 있는데,‘-깔’로...
손편지만큼 감동적인 게 또 있을까. 편지 쓴 이의 애틋함이 느껴져 눈물을 흘리며 읽는 이들도 있다. 예쁜 낙엽 한 잎이 동봉된 편지는 더욱 매력적이다.
편지 쓴 이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몹시 설렌다. 그래서 진심이 서린 편지는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청량제가 된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겉봉에 쓰인 내 이름을 보면 사랑에 찬 심장의...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등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라는 뜻의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손석희 jtbc 앵커 등 방송사 뉴스 진행자들이 프로그램 마지막에 늘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지하철 5·6·7·8호선의 안내방송 마지막 인사말도 “고맙습니다”이다. “감사합니다”보다 훨씬 더...
그런데 세꼬시는 우리말이 아니다. 일본말 ‘세고시(せごし·背越し)’를 되게 발음한 것으로, 작은 물고기에서 머리와 내장 등을 제거하고 뼈째 잘게 썰어낸 것을 뜻한다. 뼈째 먹으니 고소하다고 하여 ‘뼈꼬시’라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국어원은 세꼬시, 세고시, 뼈꼬시를 ‘뼈째회’로 다듬었다. 뭔가 어색하고 입에 붙진 않는다. 그래도 많은...
순우리말과 한자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표준국어사전은 달걀을 계란의 순화어로 제시하고 있다. 이왕이면 순우리말인 달걀을 쓰라고 권장하는 것이지, 계란을 쓰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이유로 계란보다 달걀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북한에서는 1954년 이후 달걀도 계란도 아닌 ‘닭알’을 문화어(우리의 표준어)로 삼았다. ‘닭 + 알’의 형태로...
냄새는 추억을 부른다. 삼복(三伏) 더위가 물러선 이맘때면 방역차(일명 방귀차)가 내뿜던 특유한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1970~1980년대 초반 태풍이 동네를 할퀴고 사라지면 방역차가 뭉게구름과 함께 나타났다. 초등학교 육상부였던 나는 방역차 소리(방방방 바아앙~)가 들리면 그 뒤를 쫓아 육상부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돌았다. 선생님은 “방역차 소리를 귀신같이 잘도...
아담하고 정겨운 밥집을 찾아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면 향부터 즐긴 후 고고하게 젓가락질을 한다. 밥알 하나하나까지도 꼭꼭 씹어 아주 천천히 맛의 세계로 빠져든다. 눈도 지그시 감는다.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五郞)이다.
혼자 먹는 밥이 궁상맞다고?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서 여유롭게 음식을 먹는 그의...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기 센 여기자 둘을 소개합니다. 이쪽은 4년 후배를 엎어뜨려 결혼한 ○○○ 씨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1996년, 당시 근무하던 신문사 워크숍에서 동기를 자빠뜨린 ○○○ 씨입니다.”
주필(主筆)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 신문사 자매지인 월간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장과 나를 소개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언론계, 외교계, 학계, 공직자 등...
“개할텨?”
짓궂은 대학 친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달력을 살피니 다음 주 수요일(12일)이 초복이다. “개할텨?”는 충청도 사투리로 “개장국(보신탕) 먹을래?”라는 뜻이다. 애호가인 이 친구는 아마도 벌써 몇 그릇을 뚝딱 비웠을 것이다. “예민한 성격의 여자들한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절교 선언을 들을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원래 ‘사물이나 일의 대강의 윤곽, 사물의 근거, 터무니’ 등 좋은 의미의 순우리말로, 진실된 모습을 표현할 때 쓰였다. 반대로 말이나 행동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을 때, 실속이 없거나 실제와 어긋날 때는 ‘엉터리없다’라고 한다. ‘엉터리없는 짓’ ‘엉터리없는 생각’ ‘엉터리없는 이야기’….
그러나 실제로는 ‘엉터리다’ ‘엉터리 짓’ ‘엉터리 생각’...
만나는 이들마다 “덥다 덥다” 아우성이다. 여름을 대표하는 절기 하지(夏至)가 열흘 넘게 남았지만 때이른 더위에 보양식을 먹기도 한다.
“오늘 점심으로 거대한 ‘회오리(생으로 먹는 오리)’를 먹는 거 어때?”라고 아재 개그를 날리는 선배들도 있다. 보양식이 뭐 별건가. 뜨끈한 설렁탕 국물에 송송 썬 파를 듬뿍 넣고 밥을 말아 크게 한 숟가락 뜬 후 배추 겉절이를...
“우리 할아버지는 엄~청 훌륭하신 분이에요!”
“그러니? 어떤 면이 훌륭하시니?”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세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셔?”
“환경미화원이에요! 세상을 깨끗하게 청소하세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최고예요. 엄~청 자랑스러워요!”
출판사 기획실장인 지인(知人)이 다소 달뜬 목소리로 들려준 이야기이다. 며칠 전...
[말뽄새]로 발음돼 일본어 잔재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순우리말이다. 말본, 말버릇과 같은 의미로, ‘말본새가 거칠다’처럼 활용된다.
내친김에 말과 관련된 표현 중에 ‘입바르다’와 ‘입빠르다’의 차이도 알아보자. 둘 다 소리가 ‘입빠르다’로 같아 헷갈리는 말이다. ‘입바르다’는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는 뜻으로, ‘입이 도끼날 같다’와...
순우리말은 수수꽃다리. 송이처럼 피어나는 작은 꽃 무더기가 수수꽃을 닮아 얻은 이름이란다. 꽃 모양이 한자 ‘丁’ 자와 비슷해 ‘정향(丁香)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결하고 매혹적인 향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이다.
라일락 중에서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스김라일락’의 원조도 수수꽃다리이다. 1947년 미군정청 소속 식물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어린 시절엔 신문으로 한자는 물론 우리말, 글쓰기 공부까지 했다면서 신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그의 말을 듣는 기자는 부끄럽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뉴미디어의 발달로 신문의 기능을 상당 부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속보성이 떨어졌고, 균형 깨진 정보들이 지면에 떠돌아다닌다. 오타와 비문, 잘못된 띄어쓰기는 계속 늘고 있다. 교열기자 한두 명이...
한마디로 ‘역대급’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말로, 우리말 조어법에도 어긋난다. 그러니 ‘역대 최고의 미모’, ‘역대 최고의 무대’, ‘역대 최고의 흥행’, ‘역대 최악의 실업률’, ‘최대 최악의 한파’로 표현해야 올바르다.
대회 도착점을 향해 잠실종합경기장 육상 트랙을 돌면서 느꼈던 가슴 뭉클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 비록 10㎞ 도전이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