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쳐났다. 한국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선도주자가 될 것이라는 포부까지 드러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렇게 글로벌 금융·경제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 취임 이후 첫 외국 투자자들과 스킨십에 나섰다. 대규모 해외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경환식 한국경제 세일즈는 그의 평소 행보처럼 거침이 없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시즌스 호텔에서 200여명의 해외 투자자와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IR)는 그동안 해외 한국경제 IR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위기에도 한국경제의 건실성을 강조하는 ‘소극적’ 내용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견조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저성장 기조를 타파하겠다는 ‘적극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이 특징이었다.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청사진을 설명하며 경제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최 부총리의 모습에서 한국호(號)가 저성장ㆍ저투자ㆍ저물가의 늪에 빠져 경제의 맥박이 약해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은 세계경제의 위기국면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해 온 선두주자였다”며 “과감하고 적극적 정책을 통해 누구보다 빨리 축소균형의 함정을 돌파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새 경제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여타 선진국의 양적완화(QE)와는 다르다”고 잘라 말하며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자본이동도 제한적일 것이라 단언했다. 충분한 외환 보유고, 낮은 단기외채 비중, 경상수지 흑자 기조, 견조한 재정건전성 등으로 다른 신흥국들과 분명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중국 경제 둔화와 관련해서는 “대중수출은 가공무역 비중이 높아 세계경기에 더 민감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내수에 비중을 두는 만큼 소비재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 변수를 걱정하는 투자자에게도 “한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을 분단국가로 지내오면서 시장의 학습효과 등이 많이 축적돼 있어 북한리스크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모습이었다.
다만 최근 일본 엔화 가치의 ‘날개 없는 추락’에 대해선 “아직은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하고 심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악화나 금융부문 자본유출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중국, 심지어 미국에도 충분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이노믹스’의 첫 국제투자무대 데뷔에 대해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는 평가다. 애초 행사장 수용인원은 100여명이었으나 두배에 가까운 참석자가 몰렸다. 많은 이들이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면서 별도의 공간에서 설명회 상황을 중계하고, 준비한 팜플렛도 동이나 현장에서 복사본을 급히 만들어 배포할 정도였다. 참석자 중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과 뱅크 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주버리 수피안 글로벌 주식부문 대표, 씨티그룹의 엘리노 후버 자본시장 부회장 등 글로벌 금융기관 거물급 인사들도 여럿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