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사 코드읽기] (8)조선시대 혼인과 가족<中> -조선시대 여성들, 지참금 대신 상속권 가져

입력 2014-10-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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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한국여성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오늘날도 남녀가 혼인할 때 서로 오고가는 예물로 인해 신랑측과 신부측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중국의 경우 혼인할 여자의 운명은 가져갈 지참금에 달려 있었고 딸 몫으로 재산을 상속받는 일은 지참금 외에는 없었다.

조선중기까지 부부 별산제이고, 제사도 윤회봉사로 돌아가면서 맡아

그러나 조선에는 지참금이 없었다. 조선이 여자들은 남자형제들과 같이 재산 상속권을 가졌다. 이는 혼인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혼인을 해도 딸이 바로 집을 떠나지 않으니 딸에게 재산을 주어도 남의 것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도 집안의 대를 이을 승중자(承重者)에게는 20%를 더 주지만, 그 되 아들, 딸들에게 똑같이 1씩을 주도록 명시하였다. 재산을 소유한 여자들은 혼인 후에도 자신의 재산으로 관리했다. 거의 부부 별산제로 재산의 소유, 매매, 관리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양반부인들은 노비도 사고팔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가 되면 변화가 온다. 혼인이 남자 집안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집안을 잇는 승증자 몫, 즉 봉사조(奉祀條)가 늘어난다. 남자 집안의 가계계승과 제사가 중요해지면서 장자 이외의 자식들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여자들의 몫도 줄어들었다. 이는 상속분이지 혼인할 때 가져가는 지참금은 아니었다.

재산을 형제끼리 똑같이 나누는 균분상속을 할 때는 제사도 아들 딸 구분 없이 서로 돌아가면서 제사를 맡는 윤회봉사하거나 일정한 몫을 나누어 하는 분할봉사를 했다. 여자가 결혼하여 친정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고 친정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제사와 재산권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재산상속을 받는 만큼 제사를 지내는 것은 의무이다.

그러나 18세기 장자 우대의 상속이 일반화되면서 제사상속에도 변화가 왔다. 제사가 장자로 모아지고, 딸들이 친정 제사를 지내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상속도 이전보다 적게 주거나 친정 오빠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가정관리 능력 뛰어나, 봉제사 접빈객이 점차 중요해져

중국은 가장들이 할 법한 일을 조선에서는 여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곳간 열쇠’라 하여 가정 관리 경영권을 여자들이 가졌다, “집안의 있고 없음을 가늠하여 위아래 음식과 의복, 길흉의 비용을 지불”하는 역할을 여자가 담당했다.

남자가 관직생활을 하여 한양으로 올라가 있거나 장기 중국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 형제들을 돌보고, 집안 농사일을 꼼꼼하게 살피는 일도 모두 부인 몫이었다. 한마디로 경제운용능력이 있었다.

17세기 이후에는 시댁에서의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여자들의 가정사 중 봉제사 접빈객(제사 지내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안동 장씨의 요리책 『음식디미방』의 내용 중 3분의 1일이 술 담그는 법이었던 것은 술이 제사와 접빈객의 핵심요소이고 그만큼 봉제사 접빈객이 여성들의 역할에서 중요했다는 뜻이다.

▲신사임당의 어머니 용인 이씨가 다섯 딸에게 재산을 나눠주면서 작성한 재산분재 기록문(강릉시 오죽헌 시립박물관 소재)
나쁘지 않았던 부부관계

그렇다면 조선의 부부관계는 어떠했을까? 일반적으로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 하여 조선시대의 부인들이 매우 억압상태에서 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은 철저하게 가족중심의 사회였다.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이혼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들이 없는 문제는 양자로 해결했다. 첩이 있다 해도 따로 거주하여 부딪힐 일은 없었다.

부인은 집안의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집안의 주인이자 가계계승자의 어머니라는 위치를 우선시했다. 양반들이 남긴 일기를 보면 부부의 도를 말하면서 “서로 거스른 적이 없다”고 표현했듯이 조선의 양반 남성들은 부인을 서로 존중함으로써 집안을 안정시켰고, 사회적 안정도 도모할 수 있었다.

제9강=출가외인은 언제 생긴 것일까? -조선시대 가족과 여성(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제공=(사)역사․여성․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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