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홍명보, 부상과 몰락 사이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7-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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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부상과 몰락 사이에는 소통과 불통이 존재했다. (사진=뉴시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리던 홍명보호가 무참히 침몰했다. 1무 2패(승점1). 1998년 프랑스 월드컵(1무 2패) 이후 16년 만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만 남긴 채 말이다.

온 국민은 분노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축구”, “1990년대로 다시 돌아갔다”, “한국 축구는 죽었다”…. 홍명보호를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몰락이다.

믿었던 홍명보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ㆍ일 월드컵까지 선수로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영원한 리베로’라 불릴 만큼 한국 축구 수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는 리더로서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2009년에는 U-20 청소년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키워갔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차기 사령탑으로 급부상했다.

그의 부상(浮上)은 영국 런던에서 정점을 찍었다. 홍명보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박주영ㆍ구자철ㆍ기성용ㆍ지동원 등 브라질 월드컵 출전 멤버들을 이끌고 동메달을 획득,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홍명보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몰락으로 그간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었다. 부상에서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불과 2년 사이 부상과 몰락을 경험한 셈이다. 그렇다면 홍명보의 부상과 몰락 사이엔 무엇이 존재했던 걸까.

소통과 불통이다. 소통으로 부상했지만 불통으로 몰락했다. 홍명보는 2010년 런던 올림픽 당시 기존 사령탑과는 차별화를 뒀다.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했고, 권위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갔다. ‘형님 리더십’이다. 홍명보의 리더십은 곧 모든 리더들의 표상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에게선 소통이란 없었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스스로 약속을 깨버리며 ‘의리 축구’ 논란을 일으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근절하려 했던 학연ㆍ지연ㆍ혈연은 홍명보식 ‘의리 축구’에 의해 또 다른 모습의 파벌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불통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월드컵 개막을 보름 앞두고 가진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고, 개막 사흘 전에 열린 가나전에서는 0-4로 대패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별예선 러시아ㆍ알제리전에서는 평가전 내내 부진했던 박주영을 주전으로 중용하며 경기를 망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불통=몰락’이 어디 홍명보만의 문제인가. 홍명보식 불통은 우리 사회 비뚤어진 리더의 전형이다. 토론과 합의를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닌 특정인의 입김과 인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외골수리더의 단면이기도 하다.

‘권력=불통’인가. 왜 리더에게선 소통이란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걸까. 불통으로 침몰해버린 홍명보호는 다년간 피땀 흘려 승선을 준비한 무명 선수들의 마지막 꿈이기도 했다. 홍명보호는 그 간절한 바람마저 끌어안고 침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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