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고임금ㆍ규제강화가 ‘탈(脫)한국’ 부추겨

입력 2014-06-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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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해외로” 기업들이 떠나는 이유는…통상임금ㆍ세제혜택 감소ㆍ원화강세 악재 겹쳐

▲현대자동차의 중국 베이징 3공장의 프레스 라인 전경.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국내 제조업이 한국을 빠져나는 것은 인건비 상승, 세제 혜택 감소, 환경규제, 원화강세와 같은 여러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제조업의 최대 현안은 노동분야다. 특히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을 두고 격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통상임금, 올해 메가톤급 이슈=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별도 요구안을 통해 통상임금에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휴가비, 개인연금을 포함하라는 내용을 넣었다. 경제계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최대 연간 8조6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법원에 통상임금과 관련한 여러 재판이 계류돼 있는 것도 올해 노사 협의에 혼란을 낳고 있다. 각 회사별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임단협 테이블에서는 서로 자기 목소리만 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지엠이 지난달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혼란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법원 1부는 한국지엠 소속 노동자 남모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노사 합의란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긴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임금 외에도 국내 제조산업은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여러 노동 현안에 둘러쌓여 있어 당분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 환경규제 강화=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국내 제조업의 탈(脫) 한국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거나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으로 지적하면서 시행 여부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 제도가 내년 시행되면 2015년 한 해에만 생산은 6587억원, 고용은 6126명이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탄소 배출 감축 효과는 미미했다. 부담금을 최대 400만원으로 설정했을 때, 탄소 감축 목표의 35%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이득은 외제차만 볼 것”이라며 “재정에서도 적자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규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4분기 미국 테네시주에 8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생산 1000만개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 설립으로 현지에는 18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는 중국 충칭에 4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도 조만간 미국 공장의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세제지원 종료, 원화강세도 찬물= 국내기업의 세제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지난해 말 지방세특례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법인은 투자, 연구·개발(R&D), 고용 등에 대한 지방소득세 공제·감면이 전면 폐지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되면 법인의 지방소득세 부담 증가액이 연간 9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소득세 지원이 점진적으로 축소되지 않고 일시에 폐지되면서 기업들로서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대한상의의 자문위원인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가 불가피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5년 9개월 만에 1020원대로 하락했다.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102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환율 하락이 가파르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채산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4월 달러 기준 수출액은 503억 달러로 전월 대비 13억 달러 늘었다. 그러나 원·달러 평균 환율이 한 달 새 26원 내리면서 원화 기준 수출액은 지난달 52조5635억원에서 이달 52조546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가 고착되면 우리 돈으로 환산되는 수출액은 지표상으로는 늘어나지만, 내실은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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