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피크타임 전기요금 인상하라

입력 2014-06-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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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ㆍ프리덤팩토리 대표

날씨가 더워지니까 걱정이 앞선다. 전력대란 이야기다. 벌써 이렇게 더운데 8월 한 더위는 대단할 것 같다. 이제 어디 가나 에어컨 없는 곳이 없으니, 그것들을 모두 틀어대는 날에는 전기가 모자라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과부하가 걸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닥칠까봐 걱정이다.

블랙아웃이 닥치면 참담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중환자실에 전기가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엘리베이터가 멈출 수도 있고, 지하철이 그 캄캄한 터널 속에서 설 수도 있다. 3년 전 소위 9·15 전력대란은 블랙아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통제 가능했던 순환단전이었음에도 엄청난 혼란과 피해가 있었다. 만약 전력 소비량이 통제가능 범위를 넘어선다면 도시 전체, 나라 전체가 한순간에 암흑 상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 후에 벌어질 사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려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따라서 해법은 자명하다. 수요는 줄이고 공급은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밀양송전탑에 대한 반대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급을 늘리는 일은 어렵다.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도 만만찮다. 설령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피크타임만을 위해 무한정 공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만도 아니다.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답이다. 특히 피크타임 대의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한다. 물론 지금도 그것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TV 화면에서는 절전하라는 공익광고가 나오고, 냉방하며 문 열어 놓는 가게들은 단속대상이 된다. 공무원들은 여름만 되면 전력소비를 줄인다며 에어컨을 못 틀고 부채질로 더위를 식혀야 한다. 전기 많이 쓰는 공장들에게는 조업을 중단하는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미봉책들이다. 이렇게 원시적이고 아슬아슬한 땜질 처방으로는 블랙아웃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요금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곤 한다. 심지어 전기의 원료인 기름보다 전기가 더 싼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장을 돌리는 기업이나 온실, 양계장 같은 곳들도 기름보다 전기를 에너지로 쓰는 일이 빈발한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이런 모순이 해결된다.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과 같은 피크시간대 요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그러면 전기요금이 무서워서라도 함부로 에어컨을 틀 수 없다. 또 소비패턴 자체의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대형빌딩이나 기업들에서는 인버터 같은 전기 절약 장치들을 설치해서 전력 사용을 줄일 것이다. 또 전력이 남는 시간에 비축해 두었다가 요금이 비싼 피크시간대에 사용하게도 될 것이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은 너무도 뻔한 답이다. 문제는 아무도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전기요금 올리겠다고 하면 시민단체며,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전력의 적자는 끝도 없이 늘어나고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한 소동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요금인상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한전 담당자들에게 호통만 치는 비겁한 정치인들은 본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전력대란 위기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요금 인상에 무조건 반대해 온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더 문제가 크다. 그러면 매년 반복되는 전력대란의 위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블랙아웃이 닥치더라도 당장 전기를 싸게 쓰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인가.

정치인도, 학자들도, 시민단체도 모두 대중에게 아부만 한다. 아무리 다수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 해도 ‘틀린 것은 틀렸다’ 해야 할 텐데, 무조건 ‘지당하십니다’만 외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올해도 전력대란을 걱정해야 한다. 올해도 운에 맡겨야 한다. 에어컨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름이 시원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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