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리콜명령을 내린 유해제품 등의 회수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국민안전을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까지도 기준치보다 500배 이상의 납이 검출된 어린이용품 등에 대해 리콜명령을 내리는 등 각종 유해, 안전위해 제품에 대한 회수를 추진해왔다. 또한 제품안전정보센터를 통해 이같은 리콜 제품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리콜제품에 대한 기업들의 회수현황 집계에 대해선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되거나 안전에 이상이 있는 제품에 리콜명령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생산기업들이 영세한 실정”이라면서 “사실상 시중에 유통된 제품회수에 대해선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활용품 등 공산품 등의 경우 리콜명령 전 이미 소비자들에게 대량 유통된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않을 경우 회수가 어렵고 때문에 회수 여부에 대한 파악 또한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리콜명령의 이행 확인에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기업들의 리콜의지도 희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01개 기업의 리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콜 전담기구를 설치한 기업은 전체의 절반이 안되는 46.9%로 파악됐다. 특히 서민들의 공산품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45.2%)과 중소기업(34.5%)의 리콜 전담기구의 설치비율이 대기업(63.6%)보다 낮아 안전사고의 위험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리콜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리콜명령 등의 강제리콜에 대해선 7.3%만 긍정적이라고 답해 적극적인 제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가운데 산업부는 지난 3월 말 사업자의 제품 수거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은 자동차, 의약품, 선박 등 개별 법령의 규제를 받는 품목을 빼고 공산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된다.
지금은 제품 사용 과정에서 사망사고 또는 진단 4주 이상의 부상, 화재가 발생했거나 이런 피해가 우려되는 결함이 있으면 해당 업체는 관계부처에 즉각 신고하고 제품을 거둬들여야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결함으로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만 곧바로 리콜하면 된다는 요지다. 결국 안전사고가 발생한 후 리콜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리콜명령에 대한 현황 파악도 어려운 가운데 자발적 리콜 요건 완화까지 추진하면서 정부가 소비자 안전을 뒷전에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미 유통되고 있는 유해제품에 대한 회수에 대한 의지가 희석되면서 사실상 이에 따른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