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이 지독한 슬픔이 주는 교훈

입력 2014-04-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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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시간이 가면 절로 덜어지는 슬픔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결코 덜어낼 수 없는 슬픔이다.

전자의 슬픔은 때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힘을 부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첫사랑의 아픔이다. 사랑에 처음 눈을 뜨고, 그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때의 슬픔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프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그 슬픔은 또 다른 위대한 사랑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후자의 슬픔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없는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자식과 떠난 자식을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어버이의 마음에 내린 슬픔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어버이의 마음에 내린 거대한 슬픔을 보았다. 아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뜨거운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선박 인명사고로 기록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탑승인원 476명 가운데 불과 174명만 구조되었을 뿐 나머지 302명은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희생자 가운데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꽃다운 나이에 채 피지도 못하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부모 앞에 온 아이들을 보고 우리 모두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아이들이 기적처럼 태어나 부모 곁에 안겼던 것처럼 또 다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침몰하는 순간, 아이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린다. 남의 일이 아닌 마치 나의 일이고, 아이 가진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제 목숨 하나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버리고 배를 떠난 선장과 선원들이 너무나도 야속하다.

또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차라리 하지 말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큰 화는 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민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정부도 국민들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침몰 사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전남소방본부에서 재난대책본부 가동까지 무려 53분이나 걸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시도한 넋 나간 공무원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앉아 라면을 먹는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들에게도 자녀가 있을까. 이들에게도 부모의 자격이 있을까.

세월호 침몰사고는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슬픔이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확실한 재난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오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사전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우리 어른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최대한 예를 갖추고,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유족들이 받은 슬픔은 분명 살아가는 동안 결코 덜어낼 수 없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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