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현물시장 개장
그동안 암암리에 거래돼 온 금을 주식처럼 공개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의 기대대로 지하경제의 양성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문을 연 금 현물시장은 지하경제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국내 금시장을 양성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4일 오전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열린 금 현물시장 개장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금 현물시장이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디딘 만큼 투명하고 양성화된 금 유통구조의 정착이라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는 금 현물시장이 금 거래 양성화를 이루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음성적인 금 거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을 추진함으로써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지목되는 음성적 금 거래시장의 오랜 관행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금의 유통구조가 투명해지고 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진다면 국내 금 산업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금 현물시장 개설은 우리나라 금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금 산업의 발전과 금융투자산업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금 현물시장 개설은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밀수금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국내 금 유통규모인 100~110t 가운데에 음성적인 금 거래가 55~75t에 달한다고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금 거래소 설립은 지난 2007년 7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진 이후 2010년 한국거래소에 금 거래소를 만드는 방안이 구체화됐다.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 바람이 거센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금 현물시장을 통한 거래 양성화가 제 궤도에 오르면 세수 증가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실제 정부는 정련금의 음성거래에 따른 부가가치세 탈세 규모를 연간 2200억~3300억원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동안 음성적인 거래가 일반화된 만큼 시장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오랜 기간 금은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거래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시장이 정착하기까지는 적어도 1~2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조기 정착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거래수수료를 일단 내년 3월까지 1년간 면제한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증권·선물사에 내는 위탁수수료도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