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명배우를 밥상용 배우로 전락시키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2-20 08:57 수정 2014-02-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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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지개를 폈으니 기회가 되면 작은 역이라도 출연해야지. 물론 늙은 어머니역이겠지만.”17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최고의 명배우 황정순씨가 지난 2005년에 한 말이다. 당시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황정순씨가 뮤지컬‘꽃피는 팔도강산’출연을 앞두고 한 언급이다.

“드라마를 녹화하다 남편의 임종을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이기에 아픈 가슴 안고 드라마 촬영을 마쳤어. 연기자는 죽는 순간까지 연기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겠지.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황정순씨가 생전에 만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황정순씨 말을 들으며 연기라는 한 분야에 치열하게 혼신을 다하는 명배우의 삶은 고통과 열정 속에서 피어 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갈수록 심화돼가고 있는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의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절감하게 됐다.

1940년 동양극장 전속극단인 청춘좌 소속 연기자로 첫발을 디딘 후 영화‘혈맥’‘마부’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 연극 ‘역마차’등 수백편의 작품을 통해 60여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위대한 배우 황정순이 말년에 “작은 역”이라도 출연해야지라는 말이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연륜이 더해진 빼어난 연기력을 가진 중견과 원로 연기자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런 소중한 원로배우들을 ‘밥상용 배우’로 전락시키고 있다. ‘식탁용 배우’‘밥상용 배우’라는 말이 오늘날의 중견, 원로배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중견 혹은 원로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밥 먹는 장면이나 식탁에 앉아 있는 부분에만 나와 구색 맞춘다는 뜻에서 생긴 표현이다.

근래 들어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가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다. 영화사, 방송사, 기획사 등 콘텐츠 생산 주체 뿐만 아니라 시청자나 관객, 수용자들도 젊은 연예인만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장년 연예인들은 방송, 영화, 음반, 광고 등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에서 퇴출되기 일쑤다.

이투데이가 KBS 일일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 SBS‘별에서 온 그대’등 현재 방송되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의 월화극, 수목극, 주말극, 아침드라마, 일일극 등 25편의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남녀 주연배우의 평균 연령은 남성은 35.5세, 여성은 32.2세였다.(이투데이 2월7일자 22면 보도)

60~70대가 주연인 드라마는 단 한 편에 불과했다. MBC ‘사랑해서 남 주나’ 박근형(73)이 전부다.

드라마나 영화 연기자 뿐만 아니다. 음악 프로그램은 소녀시대, 빅뱅 등 아이돌 그룹의 전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나마 원로 가수나 중장년 가수들이 설수 있는 KBS‘가요무대’등이 시간을 단축하면서 나이 든 가수들도 방송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엄용수 코미디언협회장은 “과하게 말하면 코미디언은 30~40대면 프로그램에서 정년을 맞는다. 20대가 넘고 30~40대에 접어들면 개그 프로그램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연륜 있는 명코미디언들을 방송을 통해 볼수 없는 이유다”고 주장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예외적으로 나이가 있는데도 활동하는 스타가 이경규(54)다. 50대에 활동하는 이경규가 예외적일 상황일 정도로 예능계의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는 매우 심각하다. 아나운서도 예외는 아니다. 40대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뉴스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TV화면에서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위대한 배우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밥상용 배우로 전락시키는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로 점철 된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는 분명 비정상이다. 물론 비정상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중문화의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는 제작자, 방송사, 영화사 그리고 기획사 등 콘텐츠 생산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도 한몫하고 있다.

‘100세대 시대’라는 표현이 일반화 된 요즘이지만 2014년 오늘의 대중문화계는 젊은 연예인 지상주의가 더욱 더 기승을 부려 매스미디어에서 퇴출되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나이든 여배우의 주름진 눈만 보지 말고 깊어진 눈빛을 봐 달라”는 40대 여배우 이미연의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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