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들아, 올 설에는 오지마라" AI확산 공포

입력 2014-01-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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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에는 자식들한테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어. 조류인플루엔자가 번지면 어떻게 해?"

21일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전북 정읍시 고부면의 한 마을. "AI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취재 왔다"는 기자들의 말에 마을 주민들은 '재앙'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고창과 부안에 이어 정읍까지 AI가 확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들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찼다.

일부 취재진이 농장 입구로 접근하자 방역 요원들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며 밀쳐냈다.

주민 최모(68)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AI 확진 판정을 받을까 봐 걱정스러워 분위기나 살피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면서 "온 마을이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이 전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멀리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이지만 이번 AI 확산으로 들뜬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주민은 "자식들에게 올해 명절에는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손자들이 보고 싶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조만간 해결될 것도 같은 희망도 품어보지만 올해 이쪽 오리농사는 망친 것 같다"면서 "상반기 내에는 입식이 어려워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전날 오리 도살 처분을 끝낸 부안군 줄포면의 분위기는 정읍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어렵게 만난 주민 김모(58)씨는 "AI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며칠째 동네 사람들끼리 거의 오가지 못했다"면서 "친하게 지내는 피해 농장주인을 제대로 위로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 출하를 앞둔 대목인데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궜다.

도살 처분에 참여한 한 방역요원은 "살아 움직이는 오리를 잡아 죽이려니 죄책감이 들고 괴롭다"며 "더 이상 묻지 말라"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AI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다 되가자 축산농민들은 대부분 허탈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면서 AI 사태가 가라앉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점검을 나온 축산 관계자는 "한 번도 AI를 겪지 못한 축산농민들로서는 이번 일이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농민들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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