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지동원, 지난 시즌과는 달라진 그들의 미션[차상엽의 독일축구 이야기]

입력 2014-01-2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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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출 당시의 구자철(좌)과 지동원(우)(사진=뉴시스)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로, 구자철이 마인츠 05로 각각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교통정리는 끝났고 주말부터 재개되는 후반기 라운드에서 활약하게 된다.

바이어 레버쿠젠에서는 손흥민과 류승우, 마인츠에서는 박주호와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홍정호와 지동원이 각각 활약한다. 한 팀에 두 명씩 속해 있어 축구 외적인 생활에서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중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로 함께 활약한 구자철과 지동원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VfL 볼프스부르크 소속이던 구자철은 2011-12 시즌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팀을 강등에서 구해냈고 지난 시즌에는 한 시즌 내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로 활약했다. 선덜랜드 소속이던 지동원은 이 과정에서 지난 시즌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구자철과 함께 팀이 잔류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구자철과 지동원 모두 원 소속팀이던 볼프스부르크와 선덜랜드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에 성공한 것은 선수 본인에게 있어 제 2의 도약의 기회다. 더구나 올시즌 이후에는 브라질월드컵도 열린다.

하지만 올시즌 구자철과 지동원이 팀에서 맡아야 할 역할은 예년과는 다르다. 강등 위기에 빠진 팀을 잔류로 이끄는 미션이 아니다. 중위권인 팀을 중상위권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구자철의 새로운 소속팀 마인츠는 2010-11 시즌 5위를 차지했지만 1부리그에서 보낸 대부분의 시즌을 중하위권으로 마쳤다. 올시즌을 제외하고 1부리그에서 7시즌을 보낸 마인츠는 5위와 9위 한차례씩을 기록했고 나머지 5시즌은 모두 두 자릿 수 순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시즌 전반기 마인츠는 7승 3무 7패를 기록하며 승점 24점으로 9위에 올라있다. 유로파리그 진출 가능권인 6위 헤르타 베를린(28점)과 불과 4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반면 강등 마지노선인 16위 SC 프라이부르크와(14점)보다는 10점을 앞서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시즌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1부리그에서 세 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는 지지난 시즌과 지난 시즌 각각 14위와 1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승점 15점으로 17위, 지난 시즌에는 승점 9점으로 역시 17위였다. 하지만 올시즌 승점 24점으로 8위다.

나란히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마인츠와 아우크스부르크였던 만큼 올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예년과 다르다. 유럽클럽대항전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구자철이 맡을 역할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마인츠는 전반기 25골을 기록했다. 오카자키 신지와 니콜라이 뮐러가 각각 8골로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에릭-막심 추포-모팅이 5골을 기록중이다. 오카자키는 전반기 중반 이후 중앙 공격수로 고정되면서 득점수가 늘었지만 이선에서 양질의 도움을 받을 경우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어 구자철의 합류가 반가울 수밖에 업다. 뮐러는 7라운드까지 6골을 몰아넣었지만 이후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면서 득점력이 크게 줄었다. 오른쪽 공격수로 뛸 때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중앙 이선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파괴력이 감소했다. 여기에 주로 왼쪽 공격수로 자리하는 추포-모팅은 개인기는 좋지만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 미흡하고 이기적인 플레이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구자철이 합류해 중앙 이선에 고정돼 이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마인츠의 공격력은 배가될 수 있다. 니키 짐링과 유누스 말리 등에게 이 역할을 맡겼지만 기복이 심하고 경기를 장악하는 능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의외(?)로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약점이 뚜렷하다. 득점을 책임질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부터 팀의 공격을 맡고 있는 자샤 묄더스가 단 1골에 그치고 있고 중반 이후 중용된 아르카디우쉬 밀릭과 라울 보바디야 역시 각각 1골과 2골을 기록했을 뿐이다. 팀내 최다득점은 6골을 기록중인 안드레 한으로 그는 측면 공격자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하릴 알틴톱이 5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동원의 최대 강점은 공격 전 포지션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양쪽 측면은 물론 이선 공격수 혹은 최전방에서도 활약이 가능하다. 현 상황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의 가장 큰 약점은 최전방이다. 이선의 알틴톱, 오른쪽의 한은 사실상 확고한 공격 옵션이다.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왼쪽의 토비아스 베르너 역시 2골 5도움으로 사실상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4-1-4-1 혹은 4-4-2를 주로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동원은 최전방 공격수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이선 공격수 혹은 투톱 중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동원이 올시즌 후반기 발군의 성적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브라질월드컵 본선 엔트리 합류 이외에도 또 한 가지가 있다. 다음 시즌이면 분데스리가 정상급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합류한다는 점이다. 올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 여부가 다음 시즌 도르트문트에서의 입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도르트문트는 올시즌을 끝으로 주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다. 한 시즌 20골 이상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레반도프스키의 이적으로 공격력이 약화될 것이 분명한 도르트문트로서는 미래의 공격수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다면 만족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동원의 주전 경쟁도 그만큼 수월해지는 셈이다.

물론 지동원은 레반도프스키와는 포지션도,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다. 레반도프스키가 최전방과 이선 사이에서 주로 종적인 움직임에 능한 반면 지동원은 순간적인 스피드나 결정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멀티 공격수다. 떨어지는 득점력을 도우미로서의 역량으로 커버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원활한 득점으로 선보이며 득점력으로도 어필할 수 있다면 지동원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구자철과 지동원은 브라질월드컵을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팀을 옮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전 소속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만큼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팀을 옮겨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점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더구나 그들 없이 전반기에 이른바 잘 나갔던 팀을 더 좋은 성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은 또 다른 형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예년과 달리 팀의 잔류가 아닌 팀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강등의 위험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편안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은 물론 분데스리가에서의 성공적인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 구자철은 오는 24일 오후 VfB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지동원은 같은 시간 다음 시즌 자신의 소속팀이 될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새로운 팀에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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